5살 아이에 "던질까 매달까"…아동학대 40대 남성 '무죄' 왜?

입력 2021-03-06 11:29   수정 2021-03-06 11:31


애인과 싸우다 흉기를 들이대며 협박하고, 그의 딸에게 욕설하며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형사3단독 정수영 부장판사는 6일 특수협박과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A씨(43)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피해자가 제출한 현장 사진이 인위적으로 제작됐을 가능성이 있는 점과 피해자와 그의 딸이 진술한 내용이 앞뒤가 맞지 않는 점 등을 미루어보아 증거들의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19년 9월 24일 오전 1∼4시께 B씨의 집에서 B씨가 다른 남성과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로 다투다 "딸 죽이면 나가게 해줄 수 있냐"고 흉기로 B씨를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날 오전 4시께 B씨의 딸 C양(5)이 자다 깨 울기를 반복하자 침실 창문과 방충망을 연 뒤 "던질까 매달까"라고 말한 뒤, 신발장에 있던 슬리퍼 한 짝을 C양을 향해 집어 던지는 등 학대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러나 정수영 판사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이 믿기 어렵거나, 증거들만으로 혐의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결했다.

정수영 판사는 B씨가 이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A씨와 교제했다는 점, 별거 중인 남편과 지속해서 연락하는 등 불안정한 혼인 관계와 연인 관계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진술을 왜곡했을 여지가 있다고 봤다.

같은 해 12월 B씨가 남편의 아이를 임신하고도 A씨의 아이인 척 A씨에게 애정을 표현한 점도 피해 주장의 설득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사건 발생 당시 112신고 사건처리표에 흉기를 이용한 협박이나 C양의 피해에 관한 내용이 없던 점도 무죄 판단 근거로 작용했다.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C양이 놀라거나 울고 있지 않고 방에서 잠들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C양의 진술에 일관성이 떨어지는 점도 무죄 판단 요인이 됐다.

A씨가 던졌다는 슬리퍼 또한 옷장에 맞아 묻었다는 색이 상당히 인위적이기에 색을 입혔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정수영 판사는 이 같은 내용을 토대로 A씨의 특수협박과 아동학대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단, 2019년 9월 24일 당시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막는다는 이유로 양손으로 B씨의 목을 잡아 조르고 손으로 왼쪽 뺨을 때린 혐의(폭행)는 유죄로 인정해 벌금 100만원을 내렸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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