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1000만원 아파트를 매수했는데 중개업소에서 수수료로 800만원을 달라고 합니다. 아파트 한 번 보여준 게 다인데 기막힙니다.”(서울 마포구 A아파트 매수자)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중개수수료(중개비)를 두고 매수자와 중개업소 간 실랑이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중개업소에서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법정 상한선인 0.9%의 수수료율을 요구해서다. 정부는 부동산 중개수수료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는 여론을 반영, 오는 6월까지 중개수수료율 개편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그전에는 계약 전 수수료율을 미리 협의하고, 연말정산을 받는 등 중개수수료를 줄이는 노하우를 익힐 필요가 있다.
중개수수료 상승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원인이 크다는 지적이다. 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9억382만원으로 조사됐다. 2019년 1월 8억원을 넘긴 직후 일시적인 조정 기간을 거쳤다. 이후 꾸준히 상승해 2년1개월 만에 9억원대로 올라섰다.
현행 부동산 중개수수료율에 따르면 9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거래할 때 최대 0.9%의 상한요율이 적용된다. 10억원 아파트를 거래한다고 가정했을 때 최고 90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아파트값이 상승하면서 중개수수료도 덩달아 급등했다. 현재 아파트 거래금액이 5000만~2억원 미만일 경우 상한요율은 0.5%가 적용된다. 이어 2억~6억원 이하의 매매가 이뤄지면 상한요율 0.4%에 따라 계산된다. 6억원 이상~9억원 미만이면 0.5%가 적용된다.
권익위는 중개수수료 요율체계 개선과 관련해 여러 안을 제시했다. 가장 유력한 첫 번째 안은 현행 5단계인 거래금액 구간 표준을 7단계로 세분화하고 구간별 누진방식 고정요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6억원 이하 아파트 매매 중개수수료율은 0.5%로, 6억~9억원 이하는 0.6%로 0.1%포인트 올리는 방안이다. 9억원 초과~12억원 이하는 0.7%를 적용하고 △12억원 초과~18억원 이하 0.4% △18억원 초과~24억원 이하 0.3% △24억원 초과~30억원 이하 0.2% △30억원 초과는 0.1% 등으로 금액이 클수록 요율이 줄어든다. 이를 적용하면 10억원 아파트를 매매할 때 900만원인 중개수수료가 550만원으로 38.9% 감소한다. 20억원이라면 현행 최대 1800만원에서 990만원으로 절반가량 줄어든다. 다만 이 같은 개선안에 대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거래금액 2억원 이상~9억원 미만 구간 내 소비자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2안은 집값이 12억원 미만인 매매에 대해선 1안과 같이 계산하고, 12억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 거래 구간에서는 공인중개사와 협의를 통해 중개수수료 비용을 결정한다. 공인중개사의 의견을 많이 반영한 안이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중개수수료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거래가 있는 중개업소 일대의 수수료 시세를 조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9억원 이상 아파트 수수료율은 최대 0.9%까지 책정되지만, 0.2%까지 내려받는 중개업소도 있다. 삼송지구는 대부분 중개업소가 수수료율로 0.4%를 적용하고 있어 10억원 아파트를 거래할 경우 0.9%를 적용할 때와 비교하면 500만원에 달하는 중개비를 절약할 수 있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중개업소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수료가 하락하고 있다”며 “9억원 아파트를 매매하면 통상 중개수수료 시세는 0.4%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중개수수료는 계약 전에 협의하는 게 좋다. 매매 계약이 끝나면 중개업소에서 최고 요율을 적용하겠다고 고집할 수 있어서다. 중개수수료에 부가가치세 10%를 붙여서 받겠다고 하는 경우 일반사업자인지 확인해야 한다. 간이과세자는 부세과를 면제받기 때문이다.
수수료를 깎아주는 대신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겠다는 중개업소도 있다. 하지만 탈세를 막기 위해 현금영수증 발급은 의무 사항으로, 하지 않을 경우 신고할 수 있다. 또 현금영수증을 끊어야 나중에 집을 매각할 때 수수료를 비용으로 인정받아 양도소득세를 줄일 수 있다.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도 가능하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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