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모든 직업은 서비스업으로 통한다

입력 2021-03-07 18:18   수정 2021-03-0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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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모든 산업이 융합적이고 복잡해 구분하기가 어렵지만 고등학교 사회과목에서는 산업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한다고 배웠다. 농림수산업을 1차 산업, 제조·가공업을 2차 산업 그리고 상업·서비스업을 3차 산업으로 분류한 콜린 클라크는 1940년 발간한 《경제진보의 제조건》에서 경제가 진보함에 따라 산업구조가 1차 산업에서 2·3차 산업으로 옮겨간다고 했다. 즉 산업 부문별로 부가가치의 차이가 존재하는데,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일반적으로 부가가치 생산성이 낮은 농업부문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높은 공업부문으로 산업이 개편된다는 것이다. 이를 흔히 산업화라고 부른다. 따라서 선진국일수록 서비스업 비중이 크고, 후진국 및 개발도상국은 농업 중심 산업 구조를 가진다.

그런데 20세기 말 일본을 중심으로 사양산업이던 농업이 2차 산업인 가공업 및 3차 산업인 서비스업과 융합해 종합산업으로 발전하는 길을 모색했는데 이를 ‘6차(1차×2차×3차) 산업’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사과를 재배해 과일로만 판매하던 농가에서 사과주스나 잼으로 가공해 판매하면 추가 소득을 올릴 수 있고, 사과 농장을 숙박시설을 겸한 체험농장으로 활용하면 체험관광 프로그램으로 더 높은 수익을 올리게 된다. 이때 고부가가치를 제공하는 것은 단연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이다. 따라서 이 6차 산업의 성공은 단순히 사과를 재배해 판매하는 1차 산업과 달리 전문성과 함께 확실한 서비스 정신을 필요로 한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학생들은 졸업 후 대부분 자동차, 중공업, 전자, 엔지니어링, 건설 등 2차 산업 분야 기업으로 진출하게 된다. 대규모 기업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면 제품 또는 서비스의 최종 사용자를 직접 접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조직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 전문성을 가지고 충실히 수행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필자는 학생들에게 “향후 어떤 직업을 갖게 되든 본인의 직업이 서비스업이라고 생각하라”고 강조해왔다.

모든 직업은 수행하는 업무마다 분명한 고객(대상)이 있다. 그 고객은 내가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구매하는 소비자일 수도 있고, 설계를 맡긴 건축주일 수도 있고, 큰 사업을 수주해야 하는 협상 대상자일 수도 있지만, 업무를 지시한 상사일 수도 있고 나를 믿고 채용한 기업의 인사팀일 수도 있다. 본인이 수행한 업무 결과가 이런 ‘고객’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면에서는 모든 업무가 투철한 서비스 정신을 요구하는 서비스업이다.

따라서 직업의 종류에 상관없이, 직장인에게는 업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실력 못지않게 그 업무의 ‘고객’을 만족시키겠다는 서비스 정신이 필수적이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 있는 존재다. 따라서 ‘고객 감동’이 3차 산업 종사자에게만 필요한 구호가 아니라 관계 속에 살아가는 사회인 모두의 생활철학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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