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투기 박근혜 정부 때까지 조사…野 "예상했던 물타기"[종합]

입력 2021-03-08 21:38   수정 2021-03-08 22:27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이 3기 신도시 지역에 100억원대 토지를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정부가 조사 범위를 박근혜 정부 때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은 8일 구두논평을 통해 "물타기란 말을 쓰기도 입이 아플 지경"이라며 반발했다.

국무총리실과 국토교통부,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구성된 정부합동조사단 단장인 최창원 국무1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2013년 12월 이후의 거래를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2013년 12월은 박근혜 정부 때다.

3기 신도시 1차 발표 절차를 시작한 게 2018년 12월이므로 이때를 기준으로 5년 전부터의 거래 내역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가 드디어 전 정권 이야기를 꺼냈다. 왜 아직 이 이야기가 안 나오나 했다"고 비꼬았다.

배준영 대변인은 "이왕 하는 김에 정해놓은 기한 없이 모든 정권에 소급해 철저히 발본색원하길 바란다"며 "궁지에 몰릴 때마다, 옛일을 떠올리는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이 안쓰러울 따름이다. 그렇게 자신이 없나. 물타기란 말을 쓰기도 입이 아플 지경"이라고 했다.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최고위원도 '예상했던 물타기'란 반응을 보였다.

이 전 최고위원은 정부 발표가 있기 2일 전인 지난 6일 페이스북을 통해 "LH건의 결말을 나는 이렇게 예측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이런 일 있었다.'"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거 나올 때까지 아마 조사대상 조금씩 요리조리 범위를 게리맨더링(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자의적으로 부자연스럽게 선거구를 정하는 일) 해가며 늘려볼 것"이라며 "사람은 다급할 때는 가장 익숙한 무기(이명박·박근혜)를 잡게 되어 있다. 며칠간 원숭이들이 이 예측 가능한 매트릭스에서 뛰어 노는 것을 구경하자"고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본인의 예언이 적중하자 "원숭이들이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몰려가고 있다. 삼장법사가 된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정부는 국무조정실·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경찰청·경기도·인천시가 참여하는 합동조사단을 꾸려 LH 부동산 투기 조사에 나섰지만 과거 이와 비슷한 사건을 맡아왔던 검찰은 조사단에서 빠져 논란이 일고 있다.

검사 출신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검찰이 부동산 투기 수사를 하는 이유는 부동산 투기 사건이 전문적인 수사 기법과 다양한 범죄에 대한 수사 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부동산 투기 수사를 하려면 문서위조, 허위공문서작성, 금융실명제법위반, 농지법위반, 건축법위반, 뇌물에 관한 죄, 직권남용, 직무유기 등 다양한 범죄 수법과 양태에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정권은 무엇이 두려운지 검찰과 최재형 원장의 감사원을 콕 집어 배제하고, LH공사의 큰 집인 국토부와 경찰을 중심으로 수사팀을 꾸린다고 한다"며 "국토부장관이 누구인가? '땅을 샀는데 우연히 신도시가 되었더라'는 희대의 망언을 하고 있는 변창흠"이라고 지적했다.

김웅 의원은 "결국 잔챙이들만 부동산 투기 세력으로 몰려서 마녀재판을 받고 진짜 괴물들은 버닝썬처럼 다 빠져나갈 것"이라며 "눈에 뻔히 보이는 얕은 수로 국민들을 속이려고 하니 '이건 나라냐?'라는 분노뿐"이라고 했다.

'셀프조사' 논란에 대해 정세균 국무총리는 "수사 기관에 의뢰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이 문제를 가지고 오랜 시간을 끌면서 상황을 파악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비판이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8일 "검찰은 수사 노하우 및 기법 공유, 수사 방향을 잡기 위한 논의 등에서 경찰과 보다 긴밀히 협의해 달라"고 주문했다.

다만 이번 언급은 검찰이 수사를 지휘하라거나, 별도의 자체 수사를 하라는 뜻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수사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심으로 계속하되, 검찰은 '유기적인 협조자'로서의 역할을 해달라는 당부인 것으로 해석된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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