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넷판에 지난 2일 이런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비트코인에 대한 장밋빛 전망에 기름을 부은 미국 씨티은행 보고서가 알고 보면 ‘함량미달’이라며 융단폭격을 퍼부은 글이다. 씨티는 전날 투자자에게 배포한 리포트에서 “비트코인이 국제무역에 쓰이게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이름값 높은 은행이 비트코인을 ‘달러급 화폐’로 치켜세웠다는 소식은 암호화폐 시장을 달궜다. CNBC·로이터·블룸버그 등이 기사화했고 블록체인 업계 종사자들은 “일독을 권한다”며 소셜미디어에 퍼날랐다. 하지만 FT 칼럼을 쓴 제미마 켈리 기자는 이렇게 잘라 말했다. “원문을 읽어봤는데, 그냥 거르길 권한다.”
인터넷에 공개된 보고서 원문은 108쪽 분량. 켈리가 지적한 몇 가지는 실수였다고 쳐도 전반적으로 비트코인에 ‘아주 많이’ 우호적이다. 씨티는 자신들이 인터뷰한 전문가 멘트를 곳곳에 소개했다. 그런데 인터뷰 대상자 25명 중 21명이 암호화폐 업계 종사자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金)”이자 “라이트 형제가 발명한 비행기와 같은 존재”라는 찬양으로 도배가 된 이유다. 더구나 미국 대형 금융사들은 암호화폐 수탁(受託) 사업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고 씨티도 그중 하나다. 이해충돌 소지까지 있는 금융사의 낙관론이 언론을 거쳐 확대 재생산되고,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불쏘시개가 되는 ‘자가발전’이란 비판이 무리가 아니다.
투자자들이 기억할 사실은 이런 ‘말·말·말 잔치’가 벌어지는 와중에 시장의 큰손들은 조용히 실속을 챙긴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이 한 주 새 20% 폭락한 지난달 말 조정장의 사례가 그렇다. 일각에선 머스크의 발언을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을 왕창 쌓아둔 채굴업자들이 시장에서 ‘팔자’ 주문을 쏟아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몸집이 큰 비트코인은 그래도 양반이다. 알트코인(비트코인을 뺀 나머지 암호화폐)의 변동성은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 업비트에 따르면 1년 새 값이 가장 많이 치솟은 암호화폐는 ‘쎄타퓨엘’로 상승률이 4770%다. 에이다, 질리카, 앵커 등 이름도 생소한데 1000% 넘게 뛴 코인이 수두룩하다.
요즘 암호화폐거래소는 밀려드는 투자자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올 들어 국내 4대 거래소(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에서 한 번 이상 거래한 이력이 있는 투자자만 159만2157명. 이 많은 개미들은 무엇을 근거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을까. ‘후회하지 않을 투자’를 하고 있길 바랄 뿐이다.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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