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정보기술(IT)을 적용해 동산 담보 대출 시장을 빠르게 넓혀 나가고 있다. 동산 담보를 원격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면서 부실률도 두 해 만에 20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동산 금융은 크레인 같은 중장비나 원자재 등 기업의 동산을 담보로 하는 대출이다. 부동산이 없거나 신용이 낮은 중소기업 위주로 대출 수요가 많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은행은 취급을 꺼렸다. 자금을 빌린 회사가 동산 담보를 몰래 처분하는 일이 빈번하면서다. 한국P2P금융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P2P업체의 동산 담보 대출(1820억원) 연체율은 79%에 달했다.
국민은행은 2019년 4월 KT와 협약을 맺고 기업의 동산 담보를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만들었다. 담보의 위치와 상태를 추적하기 때문에 무단으로 옮기거나 훼손할 수 없다. 이상이 발생하면 보안업체인 KT텔레캅이 즉시 출동한다. 재고 자산에는 QR코드를 부착해 수량을 정기적으로 파악해 별도 관리한다.
은행권에서는 올해부터 동산 대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는 국책은행 위주로 이뤄져 왔지만 시중은행도 앞다퉈 관련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은행권이 취급한 동산 담보 대출 규모는 4207억41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1802억1400만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은행으로서도 주택 담보·신용대출 시장이 위축된 만큼 동산 담보 대출 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중소기업의 동산 담보 대출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정부에서도 창업기업 대출 등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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