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은 마지막 블루오션"…자산 운용사들 사활 건 경쟁

입력 2021-03-08 17:14   수정 2021-03-09 00:46

올해 1월 1일 취임한 이석로 한국투자밸류운용 사장은 펀드매니저들과 개별 면담을 하며 연금형 상품의 수익률을 끌어올릴 것을 강조했다. 일부 상품의 책임 운용역과 내부적으로 지정된 운용역까지 바꾸며 수익률 개선에 ‘승부수’를 띄웠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퇴직연금 시장이 운용사들의 주요 먹거리로 성장하면서 관련 조직과 인력, 마케팅 전략의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금 사업 강화, 조직개편 핵으로
주요 자산운용사는 올해 인사개편을 통해 ‘연금조직 키우기’에 나섰다. KB자산운용은 올초 조직개편에서 리테일본부를 연금WM본부로 변경했다. 일반투자자용 상품 마케팅 조직의 초점을 연금 상품으로 좁힌 것이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연금 시장 확대에 대비해 리테일 조직을 연금 중심으로 재편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시기 삼성자산운용은 기존 리테일마케팅본부와 연금마케팅본부를 통합해 WM마케팅본부를 출범시켰다. 타깃데이트펀드(TDF) 등 일부 연금펀드에 집중된 퇴직연금 자금 유입을 일반 리테일펀드의 연금 클래스로까지 확장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기존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전략을 확정급여형(DB형) 상품 운용에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도 지난해 12월 두 번째 공모펀드인 ‘타임폴리오마켓리더’를 통해 최초로 퇴직연금 클래스를 신설했다.
연금 시장은 마지막 블루오션
자산운용사들이 퇴직연금 마케팅 및 수익률 제고에 힘쓰고 있는 것은 퇴직연금 시장이 자산운용업계에 얼마 남지 않은 ‘블루오션’이기 때문이다. 전체 액티브 공모펀드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지만 퇴직연금 시장은 꾸준히 성장 중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최근 1년간 공모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에서 20조5604억원이 빠져나가는 사이 퇴직연금펀드엔 3조1964억원이 유입됐다. 연금저축펀드까지 합치면 1년간 연금펀드 유입액은 3조6414억원에 달한다.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성이 돋보이는 만큼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올해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 사전 지정 운용제도(디폴트옵션) 도입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별도로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으면 판매사가 사전 협의된 내용에 따라 연금을 투자할 수 있는 제도다. 퇴직연금의 저조한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인 만큼 자산운용사의 실적배당형 상품이 선택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한 자산운용사의 마케팅 담당자는 “상장지수펀드(ETF) 사업은 인프라와 브랜드의 진입장벽이 커 중소형 운용사가 사실상 진입할 수 없는 시장”이라며 “퇴직연금도 은행이나 증권, 보험사 등 계열사 보유 여부에 따른 유불리가 있지만 수익률로 경쟁할 여지가 존재하고, 디폴트옵션 도입 시 성장성이 커 관련 상품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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