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 무역적자 사상최대…마스크 생산만 '반짝'

입력 2021-03-08 17:18   수정 2021-03-09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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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국제교역이 정체하면서 섬유류 무역수지 적자가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침체로 국내외 섬유류 수요가 줄면서 의류 생산은 20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코로나 직격탄 맞은 섬유업
8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섬유류 수출은 전년 대비 13.2% 감소한 112억4200만달러로 나타났다. 수입은 5.3% 감소한 162억3000만달러였다. 무역수지 적자는 49억8800만달러로 불어났다. 섬유류 무역수지는 2016년 적자로 전환한 뒤 지속적으로 폭을 키우고 있다.

대부분 섬유류 품목은 지난해 수출이 감소했다. 섬유 원료 수출은 전년보다 14.4% 감소한 11억1200만달러, 섬유사는 26.1% 줄어든 11억41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직물 수출은 53억3000만달러로 23.3% 감소했다.

반면 섬유제품 수출은 36억5800만달러로 15.4% 늘었다. 이 중 의류 수출은 1.3%(18억9300만달러) 줄었다. 하지만 마스크 등 방역용품이 포함된 기타섬유제품 수출이 41.1%(17억6500만달러) 늘며 증가세를 견인했다. 기타섬유제품의 수입 역시 전년 대비 31%(24억1800만달러) 증가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상반기 무역 침체와 내수 소비 급감으로 섬유업계 실적이 전반적으로 저조했다”며 “마스크 등 방역용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타섬유제품의 수출과 수입은 모두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의류 생산 20년 내 최저
국내 섬유산업은 원자재의 3분의 1을 수입하고, 의류 등 완성된 섬유제품의 3분의 2 이상을 수출하는 수출주도형 산업이다.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19로 글로벌 섬유류 교역이 얼어붙으면서 국내 섬유업계도 타격을 받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섬유패션산업의 생산지수는 기준 연도인 2015년(100 기준) 대비 72.6으로 집계됐다. 제조업 전체(106.7) 수준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전년과 비교하면 15.4% 떨어졌다.

특히 봉제의복제조업(의류제조업) 생산지수는 전년 대비 21% 감소한 68.7로 나왔다.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비 감소로 인해 의류 물동량이 크게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국내 섬유패션산업은 1960년대부터 국가 주도의 수출전략사업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1970년대에는 전체 수출의 30%를 차지할 정도였다. 하지만 1990년대 초부터 인건비 비중이 높아지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특히 지난해 섬유패션산업의 수출입 길이 막힌 데다 내수 소비마저 급격히 얼어붙어 최악의 불경기를 겪었다는 진단이다.

한국패션산업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동대문시장 등에 외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긴 데다 온·오프라인 의복 소비까지 줄면서 국내 생산 인프라가 바닥부터 무너져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섬유패션업계는 조업 단축 및 인력 감축에 나섰다. 지난해 섬유패션산업의 가동률지수는 80.4로 전년 대비 12.4% 하락했다. 기준 연도인 2015년에 비해 공장을 돌린 기간이 80% 수준으로 줄었다는 의미다. 이 중 섬유제품(의복 제외) 가동률은 작년 5월 전년 대비 34.4%, 화학섬유 제조업은 작년 6월 전년 대비 42.2% 떨어지는 등 공장 가동이 급격히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 이후 급증할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선 국내 중소 규모 섬유패션 기업들이 일시적인 신용경색으로 쓰러지지 않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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