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태는 LH 일부 직원들의 경기 광명시흥신도시 예정지 투기 의혹에서 시작돼 그 여파가 정치·사회 전반으로 확산됐다. 파장이 큰 만큼 당정은 성난 여론을 진정시키기 위해 조사와 수사를 서두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정부가 부동산투기 수사 노하우가 있는 검찰과 그나마 독립성을 인정받는 ‘최재형 감사원’을 끝까지 배제하는 것을 국민이 납득할지 의문이다.
국수본은 지난달 말에야 진용이 구축돼 수사역량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이 있다. 반면 검찰은 1990년대 초반과 2000년대 중반 1·2기 신도시 관련 투기의혹 수사를 맡아 성과를 냈던 게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경험이 있기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돈 되는 땅’을 전수조사해 거래된 시점과 이용상태를 분석하고, 매입 자금원을 추적해 실소유주를 밝혀야 한다”고 자신있게 ‘코치’할 수 있는 것이다.
감사원의 감사를 계속 외면하는 것도 그렇다. 그렇지 않아도 “변창흠 국토부 장관의 LH 사장 시절 경남 진주 본사 근무가 월 평균 7.4일에 불과해 조직 장악력이 크게 약해졌다”는 비판이 LH 안팎에서 나오는 터다. 책임을 피할 수 없는 변 장관이 포함된 범정부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로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을지 의구심이 생기는 이유다. 더구나 뜬금없이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12월 이후 토지거래를 조사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정치적 물타기’ 논란을 불러일으킬 공산이 크다.
이번 사태는 ‘보이지 않는 그늘’에서 장기간 쌓여온 폐해의 일단이 드러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시흥시의회 의원(전 민주당)의 20대 후반 딸이 신도시 예정지 내 토지에 건물을 지었다가 부녀가 시민단체에 고발당한 건도 이런 ‘반칙’의 일례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당이 뒤늦게 “‘LH 투기방지법’을 통과시키겠다”며 부산을 떨지만, ‘수박 겉핥기’와 꼼수로는 적폐를 뿌리뽑기 난망이다. 검찰·감사원을 배제한 채 얼렁뚱땅 사건을 마무리하려다가는 더 큰 역풍을 맞을 것이란 현실부터 직시해야 할 것이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