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문제를 따지겠다며 기업인을 부른 자리에서 신사 참배를 거론한 것도 난데없지만, “사진을 보면 ‘절 사(寺)’ 자가 있다”는 당사자 해명에도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모신 사당’을 계속 운운한 대목에선 눈 밖에 난 이에게 ‘친일 올가미’를 씌우려는 저의가 있다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일본에서 1868년부터 신도(神道)와 불교가 분리됐다는 ‘팩트’와 사진에 선명하게 찍힌 ‘나무아미타불(南無阿?陀?)’이란 문구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모습이다.
이처럼 사실관계를 무시한 채 ‘친일 낙인찍기’를 하는 장면은 낯설지 않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친일파 파묘법’을 주장한다. 친여 성향 역사학자 전우용 씨는 야권이 제기한 ‘한·일 해저터널’ 구상에 대해 “대륙 진출을 열망하는 왜구를 돕는 일”이라고 못 박는다. 일본과 관련된 일, 일제시대를 산 사람의 복잡한 인생을 ‘친일’과 ‘반일’로 단박에 무 자르듯 구분하는 신공이 있는 모양이다. 하긴 “일본 유학을 갔으면 친일파”(소설가 조정래)라는 명쾌(?)한 기준이 제시되긴 했었다. 그런 추상 같은 척도로 공화당과 민정당, 한나라당을 거쳤던 김원웅 광복회장의 본모습도 밝혔으면 싶다.
복기해 보면 최근 몇 년간 일본에 빌붙어 온갖 이권을 누린다는 ‘공상 속 친일파’를 지속해서 창출한 것은 여권이었다. 민족·민주세력이 친일파와 독재권력, 재벌에 맞서고 있다는 가상현실을 국민에게 강요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친일파’는 선거용 정치공세, 자신의 치부를 가리는 방패막이 소재로 ‘전가의 보도’처럼 쓰였다.
사실도 아니고, 사회에 아무 효용도 없는 ‘가상의 친일파’를 정치적 이득을 보려고 계속 만들어 내선 곤란하다. ‘유령’이 출몰하는 시대는 한참 전에 끝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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