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전자 문서의 폭발적인 증가와 더불어 21세기에는 심층 신경망 기반의 기계 학습인 딥러닝이 구현 가능해짐에 따라 인공지능(AI)은 급속도로 발전되기 시작했다. 2015년과 2018년 구글이 발표한 AI는 각각 시각 및 언어 분야에서 인간의 지식을 이해하는 수준이 인간을 초월했다. 인간보다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하게 대량의 전자 문서에서 답을 찾거나 다량의 이미지를 판독하는 분야에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 이런 AI는 현재 질병진단, 자율주행, 화성탐사 등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들을 척척 수행해 내고 있다.
만능처럼 보이는 딥러닝 기반의 현재 AI는 사실 두 가지 큰 약점이 있다. 첫째, 일일이 정답을 표기하는 레이블링 작업이 완료된 데이터를 훨씬 더 많이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수만 시간에 달하는 자동차 주행 영상을 촬영한 뒤 해당 영상 내 존재하는 신호등, 보행자 등 다양한 객체의 위치 및 종류를 인간이 모두 표시해야 한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액센츄어에 따르면 1시간의 주행 영상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평균 800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학습 데이터 준비에 훨씬 더 많은 인간의 노동력을 요구하고 있다.
두 번째는 적용 분야별 추가 학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령 위키피디아에 존재하는 수많은 전자 문서를 학습한 기계독해 AI를 장착한 챗봇은 일반적인 질문에는 잘 대답할 수 있다. 하지만 은행 업무에 관련된 질문에는 답변하기 어렵다. 따라서 은행 업무와 관련한 다량의 전자 문서를 추가로 준비해 학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법률 상담 등 다른 영역에 적용하고자 할 경우 추가 학습이 또다시 요구된다. 데이터 레이블링과 추가 학습이라는 제약사항이 딥러닝 기반 AI의 확대 적용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장애물인 것이다.
GPT-3는 사전 학습 시 데이터에 대한 별도의 레이블링 작업이 필요 없다. 예를 들면 현재 AI 의사는 질병의 위치와 병명이 일일이 표기된 수백만 장의 엑스레이 사진이 필요한 반면 GPT-3는 일반 엑스레이 사진과 진료 소견만으로도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 또 간단한 추가 학습(퓨샷 러닝)만으로 바로 적용이 가능해 AI의 범용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은행, 전자상거래 등 서로 상이한 분야의 고객 상담 챗봇을 개발할 때마다 반복되는 추가 학습 과정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것이다. AI의 학습 방식에서 대격변 수준의 변화가 예상된다.
이런 초거대 AI는 기존 AI에서는 불가능했던 종합적인 추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림 속 의학 분야 예시처럼 GPT-3는 사전 학습 시 대량의 데이터 내 존재하는 다양한 상관관계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종합적인 사고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 외 번역, 회계, 법률 등 다른 분야에서도 동일한 성능을 보이고 있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으며 검색산업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초거대 AI는 기존 AI의 한계를 뛰어넘어 창작의 영역까지 도전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OpenAI의 DALL-E는 다양한 이미지와 각각의 이미지를 자연어로 설명하는 텍스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한 AI다. 학습이 완료된 DALL-E에 서술형 텍스트만 입력하면 관련된 이미지를 생성한다. 추가 학습이 필요 없을 뿐만 아니라 학습 시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미지도 생성해낸다. 생성 측면에서 특이점 초입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창조의 영역에 발을 들인 초거대 AI는 스스로 진화함으로써 그 가치를 극대화할 것이다. 단순 스케치만으로도 고품질의 상품 렌더링 및 사용자경험(UX)을 생성할 뿐만 아니라 가상 공장에서 제품을 설계·생산해봄으로써 발견한 문제점을 다시 설계에 반영해 최적화할 것이다. 상품 출시 후에는 구매 고객의 반응을 분석해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직접 개선하는 것까지 가능케 할 것이다. 가령 출시된 상품의 소프트웨어(SW) 오류를 스스로 감지, 직접 프로그램 코드를 수정해 업데이트할 수 있다.
이렇게 상품 개발 전반을 경험한 초거대 AI는 최적 신상품 개발 방법을 스스로 찾아 진화할 것이다. 또 초거대 AI로 인해 인간을 모사하는 수준의 디지털 휴먼이 아니라 스스로 능력이 진화하는 진정한 메타 휴먼이 등장할 것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언어로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음악을 작곡하고, 노래를 부르는 능력이 지속 발전하는 가상 연예인의 등장은 기업의 마케팅 활동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게 할지도 모른다.
아직 GPT-3는 학습 결과를 설명하는 데 미흡하고 일부 편향된 결과를 보이기도 하지만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극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스스로 의사 결정하고 진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초거대 AI를 보유한 기업은 내부 생산성을 극대화함으로써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것이다. 또 미세 고객군별 숨은 니즈를 찾아 새로운 차원의 고객 만족을 달성해 충성 팬을 양산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우리 모두에게 더 편리하고 더 즐거우며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선물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 후손 세대는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으로 초거대 AI를 1위로 평가할 수도 있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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