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은 단기적으로 1150원 이상으로 치솟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됐다.
달러인덱스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선언 직후였던 작년 3월 20일 정점(102.82)을 찍은 뒤 꾸준히 하락했다. 미 정부가 여러 차례에 걸쳐 국채를 대량 발행한 데다 미 중앙은행(Fed) 역시 적극적인 통화 완화 정책을 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미 의회가 1조9000억달러에 달하는 추가 부양책을 의결했는데도 달러 가치가 뛰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다. 시장에 달러가 많이 풀리면 달러 가치가 약세를 보이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달러 가치가 시장 예측과 정반대로 움직인 것은 미 경제의 회복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에서는 광범위한 백신 접종 덕분에 소득·소비뿐만 아니라 고용 지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유럽 일본 등 다른 경제권보다 더 빨리 정상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투자회사 XM의 마리오스 하지키리아코스 애널리스트는 “무엇보다 미 노동 시장이 깜짝 회복세를 보인 게 달러 강세에 힘을 실어줬다”고 말했다.
미 국채 금리 상승의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글로벌 자본이 미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이날 연 1.59%로 전날 대비 0.03%포인트 상승했다. 지난달 이후에만 0.5%포인트 급등했다. 외환중개 업체인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애널리스트는 “미 국채 금리가 뛰면 달러 수요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미 정부는 달러 강세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지나 레이몬도 상무장관은 “달러 강세는 미국 경제에 좋다”며 시장에 개입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환율이 1150원 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시장금리 오름세와 외국인 투자금의 국내 증시 이탈 등이 겹치면서 환율이 뛰었다”며 “환율이 단기적으로 1150원, 길게 봐서는 1170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까지 오르지는 않을 것이란 게 시장의 전반적 분위기다. 원·달러 환율 1200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위기 등 위기 상황에서나 나타날 환율 수준이라는 얘기다. 경제 상황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은 장기간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시장 참가자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금융시장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감염병으로 급격히 위축됐던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위험 기피에 따른 자산가격 조정, 신흥국으로부터 외국인 투자금 유출 등 불안정한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김익환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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