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첫 정수기인 ‘비스포크 정수기’가 출시를 앞둔 가운데 이 제품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 선정 배경에 정수기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정수기·렌털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말 내놓는 비스포크 정수기의 렌털 판매업체 선정을 진행 중이다. 결과에 따라 상반기 중 이 정수기를 렌털 형태로도 구입할 수 있을 전망이다.
비스포크 정수기는 국내 정수기 생산기업 ‘오비오’가 OEM을 맡은 제품이다. 1998년 설립한 오비오는 연매출 310억원 가량의 중소기업이다. 자체 생산보다는 OEM이나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생산을 주로 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오비오의 기술력을 믿고 결정했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3~4년 전부터 비스포크 정수기 생산기업을 모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국내 ODM 정수기 회사와 논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실제 계약을 앞두고 주저하는 회사가 적지 않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가장 큰 이유는 비스포크 정수기의 핵심인 ‘모듈화’에 있다. 이 제품은 소비자가 원하는 모듈을 선택해 조합하는 방식이다. 냉수·온수·정수 기능 등 세세한 부분까지 선택·조립·추가할 수 있다. 정수기 업계 관계자는 “손이 많이 가고 위생 관리 부담이 높아 기존 국내 업계에서는 거의 채택하지 않던 방식”이라고 했다. 여기에 섬세한 설계를 필요로 하는 빌트인 타입이라 많은 업체가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정수기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을 우려한 것도 이유다. A 정수기기업 관계자는 “자체 생산에 욕심을 내는 ODM·OEM 기업 입장에서는 특정 대기업의 정수기 기업으로 각인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라고 했다.
‘정수기=정기관리’라는 소비자 인식이 큰 상황에서 비스포크 정수기의 렌털 판매가 얼마나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주력 제품과 겹친다는 이유로 벌써부터 손을 놓은 기업들이 나오고 있어서다. B 렌털기업 관계자는 “정수기가 핵심 상품 중 하나이기 때문에 타사 제품 렌털 판매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윤희은/이수빈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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