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는 “주식 투자에 있어선 감정을 철저히 배제하라”는 격언이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이와 정반대되는 개념의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 긍정적으로 언급되는 종목을 담은 VanEck Vectors Social Sentiment ETF(BUZZ)다. 출시 약 일주일만에 운용자산(AUM) 3000억원을 넘겼다.
10일(현지시간) 기준 BUZZ에는 2억8724만달러가 유입됐다. 우리나라 돈으로 약 3260억원이다. 지난 4일 설정된 뒤 약 일주일만의 성과다. 스포츠 베팅 사이트를 운영하다가 코로나19 폭락장 이후 단타 생중계 방송을 통해 유명해진 데이브 포트노이가 이 ETF를 추천하기도 했다.
BUZZ의 기초지수인 ‘BUZZ Next Generation AI US Sentiment Leaders’는 ‘많이 회자된 종목에 투자한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종목을 구성한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뉴스, 블로그 등에서 언급된 기업들을 찾고, 사람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거나 종목에 대해 활발한 토론이 이뤄진 기업을 골라내는 등 투자자의 감정을 반영한다. 이 지수는 지난 5년간 연평균 25%의 수익률을 거뒀고 작년 한 해 상승률은 70%에 달한다.
지수는 월 단위로 종목을 교체하기 때문에 반짝 인기를 끄는 기업은 제외된다는 것이 운용사 측의 설명이다. 75개 기업에 집중 투자하되 시가총액이 50억 달러 이상인 종목만 편입하고 한 종목 비중은 3% 정도로 제한한다.
현재 비중이 가장 높은 미국 자동차회사 포드(F)다. 전기자동차 시장의 잠재적 플레이어로 인식되며 ETF의 3.6%를 차지하고 있다. 경제 정상화 기대로 아메리칸항공(AAL·3.2%) 보잉(BA·2.2%) 월트디즈니(DIS·2.1%) 등 경기민감주와 아마존(AMZN·3.1%) 애플(AAPL·2.9%) 테슬라(TSLA·2.4%) 등 대형 기술주, 페이스북(FB·3.2%) 트위터(TWTR·3.2%) 스냅(SNAP·1.5%) 등 SNS도 담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주식시장이 다시 강세장으로 돌입하면 BUZZ에 포함된 종목들이 상승장을 이끌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동성으로 무장한 개인들이 좋아하는 주식을 담았기 때문이다. 김수정 SK증권 연구원은 “대중의 감정이 판단 기준이 되고 종목이 매월 교체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트렌드를 잡지 못할 수 있다는 위험이 존재한다”면서도 “개인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클럽하우스, 레딧, 트위터 등 SNS에서 투자 얘기가 활발히 오가는 현 시점에 눈여겨볼만한 상품”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BUZZ의 설정 후 수익률은 2.72%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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