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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말은 아니다. 인구 2600만 명인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은 260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 북한은 체급을 뛰어넘는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김정은은 자신의 헌신 덕분에 북한이 강대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됐다고 본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중국은 엄격한 대북 제재에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이웃 국가인 북한이 불안정해지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김정은이 경제적 압박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북한은 그 어느 때보다도 파괴적인 고립에 들어갔다. 대(對)중국 무역 규모는 코로나19 이전보다 80% 감소했고 GDP 규모는 10% 쪼그라들었다.
북한 정부는 코로나19 종식을 하루 빨리 앞당기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북한 최고 권력기구인 조선노동당은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면 주민에게 얼마든지 엄청난 고통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1990년대 북한 전역을 강타했던 대규모 기근 때도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채찍(제재) 대신 당근(유화책)을 내밀면 어떨까. 북한은 그럴 때마다 코웃음을 쳤다. 중국은 북한에 중국식 경제체제를 받아들이도록 설득해 왔다. 한국도 계속해서 북한에 손을 내밀었다. 김정은은 이따금 사소한 변화를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주변국이 내민 개혁의 손길을 모두 뿌리쳤다.
김정은은 번창하는 민간 경제를 원치 않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핵무기는 김씨 왕조를 외국의 군사 압력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준다. 세계적 수준의 탄압 시스템은 김정은을 국내 불만 세력으로부터 보호해준다.
김씨 왕조의 ‘현상 유지 전략’은 국제 정세를 매우 불안정하게 만든다. 북한은 핵무기 증강, 미사일 체계 개발, 재래식 무기 실험 등을 통해 이런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을 통제하거나 설득해 변화의 길로 들어서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번에도 기존 전략이 통할 것’이라는 김정은의 믿음을 흔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전략은 전임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승산이 없다.
정리=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이 글은 월터 러셀 메드 WSJ 칼럼니스트가 쓴 ‘How Do You Solve a Problem Like Korea?’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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