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신화’에 필적할 유니콘이 여러 분야에서 더 많이 나와야 한다. 창업 3년 만에 소셜커머스 거래액 1조원을 돌파(2013년)하고,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30억달러를 투자 유치(2015~2018년)한 뒤, ‘쿠팡이츠’라는 신서비스를 도입(2019년)한 역동적 성장사는 살아 있는 ‘벤처 교과서’가 될 것이다.
국제무대로 박차고 나간 쿠팡의 도약을 보면서 새삼 절감하게 되는 게 한국 기업이 처한 딱한 현실이다. 쿠팡의 이번 상장에서 칼로 자른 듯한 그 단면이 생생히 드러났다. 뉴욕증시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에 한국형 기업규제가 한국만의 ‘특수한 위험’으로 명시된 것이다. 쿠팡은 중대재해법, 온라인플랫폼법 제정안을 그런 사례로 적시했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장 인명사고 때 경영진의 형사처벌까지 가능케 한 강경 규제입법이고, 온라인플랫폼법은 소비자 피해 발생 시 플랫폼에도 연대책임을 지운다는 것이다. 앞서 ‘기업규제 3법’이나 이런 법안에 노동계의 강력한 입김이 미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NYSE 신고서에 쿠팡은 ‘투자위험 요소’로 “한국 법을 따르려 주주들이 최대 이익을 위해 행동하지 못할 수 있다”고 명기했다. 쿠팡으로서는 세계 투자자에게 보다 정확한 경영 관련 정보를 성실히 제공한 것이겠지만, 서글픈 대목이다. 한국형 갈라파고스 규제가 ‘특수 위험’으로 강조점이 찍혀 국제 조명을 받게 된 상황이다. 규제본능의 여당과 행동대원처럼 질주해온 관련 정부부처들은 이를 어떻게 보고 있나.
쿠팡의 뉴욕행(行)에는 김범석 이사회 의장에게 주어지는 29배 차등의결권도 큰 요인이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일부 도입방침만 정해진 채 반 년째 지지부진이다.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기업이 경영 안정뿐 아니라 성과도 월등하다’는 전경련의 글로벌 100대 기업 실태분석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기업 간 합종연횡, 산업 간 융복합으로 산업 분류방식까지 바뀌고 있다. 급변하는 기업환경에 맞춰 정책도 확 변해야 한다. 지금 같은 한국 기업환경이라면 자본이든 실물이든 누가 선뜻 투자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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