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쿠팡 美상장으로 국제 조명 받게 된 '한국형 기업규제'

입력 2021-03-11 18:01   수정 2021-03-12 00:09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2010년 청년 기업가 김범석이 30억원을 출자받아 시작한 국내 1호 유니콘 기업이 세계 자본시장의 본산 격인 뉴욕 증시에 진출한 것이다. 쿠팡의 기업가치는 72조원으로, 10년 만에 2만4000배 커졌다.

‘쿠팡 신화’에 필적할 유니콘이 여러 분야에서 더 많이 나와야 한다. 창업 3년 만에 소셜커머스 거래액 1조원을 돌파(2013년)하고,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30억달러를 투자 유치(2015~2018년)한 뒤, ‘쿠팡이츠’라는 신서비스를 도입(2019년)한 역동적 성장사는 살아 있는 ‘벤처 교과서’가 될 것이다.

국제무대로 박차고 나간 쿠팡의 도약을 보면서 새삼 절감하게 되는 게 한국 기업이 처한 딱한 현실이다. 쿠팡의 이번 상장에서 칼로 자른 듯한 그 단면이 생생히 드러났다. 뉴욕증시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에 한국형 기업규제가 한국만의 ‘특수한 위험’으로 명시된 것이다. 쿠팡은 중대재해법, 온라인플랫폼법 제정안을 그런 사례로 적시했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장 인명사고 때 경영진의 형사처벌까지 가능케 한 강경 규제입법이고, 온라인플랫폼법은 소비자 피해 발생 시 플랫폼에도 연대책임을 지운다는 것이다. 앞서 ‘기업규제 3법’이나 이런 법안에 노동계의 강력한 입김이 미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NYSE 신고서에 쿠팡은 ‘투자위험 요소’로 “한국 법을 따르려 주주들이 최대 이익을 위해 행동하지 못할 수 있다”고 명기했다. 쿠팡으로서는 세계 투자자에게 보다 정확한 경영 관련 정보를 성실히 제공한 것이겠지만, 서글픈 대목이다. 한국형 갈라파고스 규제가 ‘특수 위험’으로 강조점이 찍혀 국제 조명을 받게 된 상황이다. 규제본능의 여당과 행동대원처럼 질주해온 관련 정부부처들은 이를 어떻게 보고 있나.

쿠팡의 뉴욕행(行)에는 김범석 이사회 의장에게 주어지는 29배 차등의결권도 큰 요인이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일부 도입방침만 정해진 채 반 년째 지지부진이다.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기업이 경영 안정뿐 아니라 성과도 월등하다’는 전경련의 글로벌 100대 기업 실태분석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기업 간 합종연횡, 산업 간 융복합으로 산업 분류방식까지 바뀌고 있다. 급변하는 기업환경에 맞춰 정책도 확 변해야 한다. 지금 같은 한국 기업환경이라면 자본이든 실물이든 누가 선뜻 투자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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