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회사는 "원만하게 협상이 완료돼서 다행"이라는 취지의 메시지만 내놓을 뿐, 그간 음원 송출 중단 사태 등에 대해 자세한 언급은 극도로 꺼리고 있다. 계약 조건 등은 기밀이라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들의 해석을 통해 지난달 스포티파이의 한국 진출 이후 벌어졌던 일들을 정리했다.
카카오엔터가 보유한 음원 확보에 실패한 대가는 컸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스포티파이의 일간 사용자(DAU, 안드로이드·아이폰 합산)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달 말에는점유율이 0.5%에 그쳤다. 1위 멜론(33.8%)과 2위 지니뮤직(17.0%)은 물론 2% 안팎의 벅스와 카카오뮤직에도 크게 못 미친다. 93개국, 3억4500만 명의 회원을 끌어들여 세계 음원 서비스 시장을 평정한 업체치고는 초라한 성적표다.
협상 결렬의 원인으로는 카카오엔터의 모기업 카카오가 운영하는 국내 1위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을 지목된다. 카카오엔터는 2016년 애플뮤직이 한국에 진출할 때도 음원 공급계약을 맺지 않았고, 애플뮤직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번 협상 결렬에도 멜론의 1위 자리를 수성하려는 카카오의 의도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이유다.
별안간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수 없게 된 전 세계 K팝 팬들은 당장 펄쩍 뛰었다. K팝 팬들이 많은 SNS 트위터에서는 ‘#SpotifyKakaoM’ 해시태그를 단 트윗이 쏟아졌다. 대개 카카오엔터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SNS의 비판 여론을 빼더라도 스포티파이의 조치는 카카오엔터에 큰 타격이었다. 전세계 음악 스트리밍 구독자 중 스포티파이의 점유율은 40% 가량이다. 스포티파이에 음원을 공급할 수 없게 되면 막대한 음원 판매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티스트들이 이탈하기 시작한 것도 악재였다. 에픽하이의 타블로는 SNS를 통해 "(카카오M과 스포티파이 중) 누구 잘못이든 기업이 예술에 대해 욕심을 가지면 왜 항상 아티스트들과 팬들이 고통받느냐"며 해외시장 피해를 호소했다. 현아, 제시 등 카카오엔터를 통해 음원을 유통했던 일부 가수들은 아예 유통사를 갈아탔다.
결국 11일 두 회사는 한국 포함 전 세계 스포티파이 서비스에서 카카오엔터의 음원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재계약을 맺었다. 카카오엔터와 스포티파이는 "더 많은 이들이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돼 다행"이라는 원론적인 취지의 메시지만 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카카오엔터의 속이 적잖이 쓰릴 것으로 본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업계 관계자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스포티파이가 애플뮤직과는 달리 카카오엔터와의 힘싸움에서 사실상 승리를 거두면서, 멜론 지니 플로 등이 과점 형태로 끌고 가던 국내 업계는 사실상 개방된 셈이 됐다. 이용자들은 이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스포티파이가 들어오면서 국내 서비스들의 가격 및 품질이 경쟁을 통해 향상될 것이라는 논리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국내 업체들의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며 "어느 한 쪽의 완승으로 독점 체제가 구축되기보다는 건전한 경쟁 구도가 자리잡기 바란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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