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교수는 한 평생 기업가정신을 연구하고 경험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국가의 부를 축적하고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경제 선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업가정신이 원활하게 실현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소신이다.
책은 과거 기적적 경제 발전을 이루며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인들이 보여줬던 창의성, 통찰력, 모험심, 진취성 등 기업가정신이 한국 경제 성장에 미친 영향을 서술했다.
조 교수는 “1960년 이전 한국은 세계에서도 가난한 국가 중 하나였는데 현재는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발전했다”며 “이런 경제 기적에는 조국 근대화에 동참하면서 창의력을 발휘하고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였던 기업가, 그 기업가와 뜻을 같이한 근로자의 동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책을 통해 철강, 조선, 자동차 및 반도체 등 한국 경제의 핵심을 중심으로 발휘됐던 민간 창업자들의 기업가정신의 가치를 자세히 다뤘다. 산업화 과정에서 기업가정신이 발현하는 과정을 주요 사례 고증과 함께 경제이론으로 분석했다.
그는 선진국의 기업가정신과 비교해 한국 기업인들이 가진 고유의 기업가정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가 어려움을 당할 때마다 기업이 서로 협동하며 거국적인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을 들었다. 서울올림픽이 대표적 사례다. 서울올림픽 유치는 정주영을 비롯한 민간 기업인의 단합된 노력의 결실이었다. 서울올림픽은 한국이 경제뿐 아니라, 문화 및 정치 전반에 걸쳐 세계화를 이루며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는 전환점이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조 교수는 “인재 활용과 철저한 사업성을 따지는 데서는 이병철, 집념과 목표의식에서는 박태준, 직관력과 돌파력으로 역경을 극복하는 데 있어서는 정주영이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 오사카상공회의소에는 ‘기업인의 박물관’이 있는데, 세계 수많은 일반인 기업인 학생들이 이곳을 방문해 기업가정신을 연구하고 연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2004년부터 기업주간을 시행해 학생들에게 창업을 독려하고 기업가정신을 홍보하고 있다.
조 교수는 “창업 1세대 기업가들이 국가 발전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민간 분야에서 보여줬던 기업가 정신은 객관적으로 그 가치를 측정하기 힘든 국가적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후쿠오카대 초빙교수, 미국 하버드대 방문교수를 거쳐 울산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대중공업 사외이사도 맡고 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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