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정인이들'…아동학대·자살 늘고 고용은 줄어

입력 2021-03-11 12:00   수정 2021-03-11 12:52

고용·주거·가족 분야의 삶의 질이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학대 피해 경험률은 크게 증가하고, 고용률은 하락했다. 전체적으로는 수치로 드러나는 객관적 지표는 악화한 반면 설문 조사 등을 통해 파악한 주관적인 삶의 지표는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11일 통계청이 발간한 '국민 삶의질 2020'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의 삶의 질과 관련된 71개 통계지표 중 지난해 업데이트가 된 63개 지표의 개선 비율은 63%였다. 40개 지표가 개선되고, 23개 지표가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기준으로 업데이트된 18개 지표 중에선 주관적 지표 15개는 개선되고 객관적 지표 3개는 악화했다.
아동학대 크게 늘어
영역별로 보면 가족·공동체, 주거, 안전 영역에서 악화지표가 많았다. 지난 2019년 기준 아동학대 피해 경험률은 아동인구 10만명당 381건으로 1년 전 301건보다 80건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인이 사건'과 같은 일들이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아동학대 피해 경험률은 2013년 72.5건을 시작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다만 통계청은 "아동학대 피해 건수는 신고된 사건만을 집계하기 때문에 학대가 급증한 것인지 신고가 늘어난 것인지 구분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독거노인도 크게 증가추세다. 2020년 65세 이상 노인인구 중 독거노인 비율은 19.6%를 기록했다. 인구 수는 158만9371명에 달했다. 위기 상황시 도움받을 곳이 없는 사회적 고립도는 2019년 27.7%로 2013년 32.9% 이후 지속 하락세다.

자살률은 2019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26.9명으로 2017년 24.3명 이후 계속 많아지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신종질병에 대한 불안도 급증했다. 2020년 신종질병이 불안하다고 느낀 사람은 52.9%에 달했다. 2018년 42.8%에서 10.1%포인트 늘었다. 개인정보 유출이 불안하다고 응답한 사람도 54.7%에 달했다.
월급의 5분의1이 월세
주거 영역에서는 주택 임대료 비율이 증가했다. 2019년 월소득 대비 주택 임대료 비중은 16.1%로 전년 15.5%에 비해 0.7%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이 비율이 20.0%까지 치솟았다. 월급의 5분의 1은 월세 등으로 나간다는 얘기다.

취업난과 코로나19로 지난해 고용지표도 악화추세다. 지난해 고용률은 60.1%로 0.8%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실업률은 4.0%로 0.2%포인트 높아졌다.

1인당 국민총소득은 2019년 기준 3527만7000원으로 0.1% 감소했다. 2008년 이후 11년만에 첫 감소를 기록했다. 다만 빈곤층의 비율을 보여주는 상대적 빈곤율은 2019년 16.3%로 전년대비 0.4%포인트 감소해 개선된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19에 대기질 만족도↑
환경, 교육 영역에서는 지표가 대체로 개선됐다. 중고등학생의 학교생활 만족도는 2020년 59.3%를 기록했다. 2010년 43.1% 이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다만 교우관계 만족도는 2018년 76.6%에서 2020년 73.3%로 감소했다. 통계청은 이에 대해 "코로나19로 원격 수업이 진행되면서 친구들과의 만남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학교 폭력 이슈 등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이다.

여가시간은 2019년 기준 하루에 4시간으로 1년 전에 비해 0.1시간 증가했다. 다만 2010년 4.9시간보다는 적었다. 대기 질과 수질에 대한 만족도는 지난해 반짝 상승했다. 특히 대기질 만족도가 38.2%를 기록해 2년 전보다 9.8%포인트 높아졌다. 코로나19로 인한 미세먼지 감소한 영향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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