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와 수소차는 전기를 만드는 방식에서 뚜렷하게 대조되는데 전기차는 리튬이온전지(배터리)에 저장했던 전기를 사용합니다. 수소차는 연료통(수소탱크)에 충전된 고압 수소(H)와 공기 중의 산소(O)를 연료전지(fuelcell)에 넣어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나온 전기를 씁니다. 이 과정에서 나온 물(H2O)은 그대로 배출됩니다. 연료전지에서 나온 전기가 모터를 돌리고도 남으면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나중에 쓰기도 합니다. 수소차는 전기차에 비해 수소탱크와 연료전지 등 부품이 더 필요합니다.
반면 수소차는 한 번 수소를 탱크에 채운 뒤 609㎞ 이상(현대자동차 넥쏘) 달릴 수 있으며 충전 시간도 5분 남짓에 불과합니다. 특히 트럭이나 버스 등 대형차는 강력한 구동력을 필요로 하는데, 배터리 용량 등 현재의 전기차 기술로는 한계가 있어 수소차로 만들어야 합니다. 대신 수소차는 2021년형 넥쏘가 6765만~7095만원으로 동급 차량의 두 배 이상 비싸죠.
민간 우주선 스페이스X를 성공시킨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수소차 시대가 오지 않는다”며 전기차 대세론을 주장합니다. 화성으로 인간을 이주시키겠다는 꿈을 꾸는 머스크는 공기가 희박한 화성 등 행성에서는 전기차를 쓸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죠. 반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수소사회 실현에 앞장서겠다”며 소형·단거리용은 전기차, 대형·장거리용은 수소차 개발·생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조금과 세금 감면 등으로 3000만원 안팎을 지원하지만 배터리와 연료전지 등 부품값의 영향으로 전기차와 수소차 가격이 비싼 것도 흠입니다. 특히 배터리를 충전하는 데 전기가 들어가고 수소를 만드는 데에도 에너지(화석연료 등)가 필요한 점을 감안하면 과연 전기·수소차를 친환경차로 볼 수 있냐는 논쟁도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현재 수소를 만드는 방법은 천연가스(메탄)에서 화학반응으로 만드는 방법과 철강·석유화학제품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에서 추출하는 방법, 물의 전기분해 등 크게 세 가지입니다. 주요 국가들은 태양광을 이용한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하는 방안을 확대하는 등 수소 생산비를 낮추려 애쓰고 있습니다.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수소법)은 지난해 1월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올해 2월 5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세계 최초로 수소법을 제정했다는 의미가 담겨 있죠. SK그룹이 석유화학 공장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수소를 만드는 등 국내 기업들의 수소경제 동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갈 길은 멀지만 어차피 가야 할 길이면 앞서가겠다는 의지가 읽힙니다.
정태웅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redael@hankyung.com
② 수소충전소 확대 등 수소경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③ 배터리에 충전했다가 사용하거나 물을 전기분해해 얻은 수소를 다시 산소와 결합시키는 등 변환할 때마다 에너지 손실이 발생하는 점을 감안하면 전기·수소차를 친환경차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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