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4일 발표한 ‘2020년 국민소득(잠정)’을 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1755달러(3747만원)로 집계됐다. 2019년(3만2115달러)보다 1.1% 줄었다. 1인당 GNI는 한 해 동안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인구로 나눈 것으로, 국민 생활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대표 지표다. 이 지표가 악화한 것은 작년 실질 경제성장률이 1.0% 하락한 영향이 컸다. 성장률 하락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1.5%) 이후 22년 만이다. 작년 원화 가치가 1.2% 떨어진 영향도 있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달러로 환산한 국민소득이 줄어든다.
한국의 국민소득은 2017년(3만1734달러)에 3만달러 시대를 연 뒤 2018년 3만3564달러까지 올랐다. 하지만 2019년 4.3% 하락한 데 이어 작년에도 줄어 2년 연속 뒷걸음쳤다. 1인당 GNI가 2년 연속 감소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2009년 이후 처음이다.
최근 2년 연속 부진으로 한국의 1인당 GNI는 대만에 추월당할 위기에 처했다. 대만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대만의 1인당 GNI는 전년보다 9.9% 급증한 2만9230달러였다. 한국보다 2545달러 작다. 2018년만 해도 양국 간 차이가 7142달러에 이르렀던 것을 감안하면 턱 밑까지 쫓아온 셈이다.
반면 한국이 이탈리아를 제칠 것이란 예상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11일 신년사에서 “작년 1인당 국민소득이 사상 처음으로 주요 7개국(G7)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G7 중 하나인 이탈리아는 2019년 1인당 GNI가 한국과 약 700달러밖에 차이 나지 않았는데, 작년엔 한국이 역전했을 것이란 얘기였다.
하지만 이탈리아가 최근 발표한 유로화 기준 작년 1인당 GNI는 2만7840유로로, 여기에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상 연평균 달러·유로 환율을 단순 적용하면 3만1790달러로 계산된다. 여전히 한국(3만1755달러)보다 많다. 신승철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어떤 환율 지표를 쓰느냐에 따라 달러화 기준 1인당 GNI가 달라질 수 있어서 국제기구 공식 발표를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은은 작년 4분기 성장률(전분기 대비)이 1.2%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올 1월 발표한 속보치(1.1%)보다 소폭 올랐다. 그럼에도 작년 연간 성장률은 -1.0%로 변함이 없었다.
서민준 한국경제신문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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