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섭의 바이오 탐구영역] 코로나 백신·치료제 동시 개발하는 제넥신 “툴젠과 시너지도 낼 것”

입력 2021-03-24 09:10   수정 2021-07-11 10:27

<p> ≪이 기사는 03월 24일(09:10)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매체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제넥신은 1999년 설립한 1세대 바이오 기업입니다. 설립자인 성영철 회장은 연세대 생화학과를 나와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분자생물학을 연구한 뒤 포스텍 교수로 활동했습니다. 1세대 바이오 기업 중 가장 높은 시가총액을 보유한 회사입니다.



제넥신은 작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더욱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올해 말 임상 마무리를 목표로 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기업 중에선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평가받습니다. 면역항암제와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GX-I7’은 지난 2월 18일 11억 달러(약 1조2185억 원) 규모에 기술이전 되는 등 파이프라인이 탄탄하다는 평가입니다.

“모더나·화이자 대신할 백신 개발”

시장에서 가장 관심이 많은 파이프라인은 코로나19 백신 ‘GX-19N’입니다. 제넥신이 원래 개발하고 있던 백신은 ‘GX-19’였습니다. 이 물질이 작년 말 GX-19N으로 바뀐 것이죠. 업계에선 제넥신이 백신 개발에 실패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습니다. 회사 측은 더 나은 백신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고 반박합니다.

우정원 제넥신 사장은 “미국 화이자·독일 바이오엔텍, 미국 모더나의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이 이미 나온 상황에서 이들과 비교해 장점이 있는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GX-19N은 기존 GX-19에 뉴클레오캡시드까지 타깃한 물질로 완전히 새로운 게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뉴클레오캡시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내부에 존재하는 물질입니다. 세포 안 RNA와 이를 둘러싼 단백질 껍질(캡시드)이 결합된 물질입니다. 우 사장은 “기존 백신은 대부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돌기 부분인 스파이크 단백질의 정보만 갖고 있는데 GX-19N은 여기에 더해 뉴클레오캡시드까지 타깃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스파이크 단백질 형태가 변한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발(發) 변이에 대해서도 높은 반응률을 보일 수 있다는 게 제넥신의 계산입니다.

제넥신이 개발 중인 GX-19N을 좀 더 자세히 보겠습니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건 DNA 방식의 백신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유사한 항원 단백질 유전자를 DNA 형태로 세포 안에 주입하는 방식입니다.

DNA 백신은 원형 구조를 가진 플라스미드를 이용합니다. 플라스미드에 항원에 해당하는 염기서열을 삽입한 뒤 박테리아에서 대량 증폭해 인체에 투여하는 방식이죠. 플라스미드 DNA는 전기천공기를 활용해 근육세포 안으로 직접 들어갑니다. 원래 일반적인 주사의 경우 약물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는 게 쉽지 않습니다. DNA 백신은 전기 자극을 통해 세포벽을 일시적으로 열어 안으로 들어갑니다.

백신 접종 후 유전물질 정보가 몸 안으로 들어가면 세포 안에서 전사라는 과정을 거쳐 mRNA가 됩니다. 핵에서 세포질로 이동한 mRNA는 리보솜에서 염기서열에 따라 아미노산으로 번역돼 항원 단백질을 생합성 합니다. 병원균의 항원을 직접 투여하지 않았지만, 유전물질을 이용해 세포 안에서 생합성해 투여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이죠. 다시 말해 좋은 항원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선택하고, 그 부분의 유전정보를 담은 DNA 매개체를 이용해 전달하는 겁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항원이 면역반응을 유도합니다. 미리 학습을 하는 것인데요, 임상 과정에서 항원에 대응할 수 있는 면역세포인 T세포가 잘 활성화됐다고 합니다.

현재 이 백신은 작년 12월 환자 모집을 시작해 20명에게 백신 투약을 완료했습니다. 2월 말 임상 2a상을 시작했습니다. 후보물질 변경으로 백신 개발 완료 시기는 올 연말께로 미뤄졌습니다. 당초 계획보다 석 달 지연된 겁니다.


mRNA 백신보다 후유증 적어

DNA 백신의 단점은 주사를 맞을 때 통증이 있다는 겁니다. DNA 백신은 일반적인 주사기가 아닌 총 모양의 전기천공기로 맞습니다. DNA가 세포 안으로 잘 전달되지 않는 특징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세포에 전기 자극을 줘서 일시적으로 구멍을 만들고 이 안에 DNA를 바로 넣는 형태이죠.

우 사장은 “실험 결과 DNA 백신의 통증 강도지수(VAS)가 평균 4점대(1~10 기준)가 나왔다”며 “보통의 주사 VAS인 2점 안팎보다는 다소 높지만 참기 어려운 수준은 아니다”라고 자신했습니다. 그러면서 DNA 백신은 안정성이 높고, 통증 지속시간은 mRNA 백신보다 짧다고 덧붙였습니다.

우 사장은 “mRNA의 경우 약물을 세포질 안에 전달하기 위해 지질나노입자(lipid nanoparticle)와 함께 약물을 투여한다”며 “여기에 포함된 성분의 하나인 폴리에틸렌 글리콜은 소수의 사람들에게 알레르기 반응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합니다. DNA 백신은 이 같은 이물질을 포함하고 있지 않아 주사를 맞은 뒤 부작용이나 통증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게 우 사장의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올해 88세인 어머님께도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제넥신은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을 다른 회사와 공동 연구 형태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 1위 제약사인 칼베와 손을 잡고 임상 3상을 공동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판권은 동남아시아 등에 한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 사장은 “천문학적인 백신 임상 3상 비용을 제넥신이 단독으로 대기는 쉽지 않다”며 “공동 임상과 판권 이전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1조2000억 원에 기술수출한 GX-I7

제넥신은 기존 신약 후보물질의 경우 베스트 인 클래스(계열 내 최고)는 해외에 기술수출하고 퍼스트 인 클래스(세계 최초)는 임상을 직접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예를 들어 지속형 성장호르몬 ‘GX-H9’의 임상 3상은 중국 내 판권을 이전한 아이맵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대표 파이프라인인 면역항암제 ‘GX-I7’은 기술이전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GX-I7은 T세포의 수를 증가시키는 신호전달물질 인터루킨-7(IL-7)에 지속시간을 늘려주는 원천기술 ‘하이브리드에프씨(hyFc)’를 접목한 것입니다.

지난 2월 제넥신은 동남아시아 제약사에 1조2000억 원에 기술수출했습니다. 지난 1월 2조 원이 넘는 기술수출을 성사시킨 GC녹십자랩셀에 이은 올해 두 번째 ‘조(兆) 단위 기술수출 기업’이 됐죠.

기술수출 대상은 KG바이오라는 회사입니다. 시가총액이 7조 원에 달하는 동남아시아 최대 제약사 칼베파르마와 제넥신이 2015년 합작해 세운 인도네시아 바이오업체입니다. 칼베파르마가 64%, 제넥신이 20%, 미국 투자사인 제너럴애틀랜틱이 15% 지분을 갖고 있죠. KG바이오는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보건당국으로부터 GX-I7에 대해 항암제가 아니라 코로나19 치료제로 임상 2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습니다.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확인되는 대로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계획입니다.

제넥신이 받는 선급금은 2700만 달러(약 299억 원)입니다. 여기에 임상 단계 및 상용화 정도에 따른 성과금(마일스톤)을 합하면 총 계약 규모는 11억 달러(약 1조2185억 원)로 불어납니다. 계약한 지역 매출의 10%를 로열티로 받는 조건도 포함됐죠. 이번 계약으로 KG바이오는 동남아시아·중동·아프리카 지역과 호주·뉴질랜드·인도 등에서 GX-I7의 사용권을 갖게 됐습니다.

GX-I7의 작용 기전에 대해서 간단히 보겠습니다. GX-I7은 기본적으로 면역항암제로 개발 중입니다. 하이루킨은 제넥신의 원천기술인 hyFc와 면역체계 신호전달물질 IL-7을 융합한 것입니다. hyFc는 체내에 주입된 약물의 활성을 높이고 오래 지속시키는 기술입니다. 여기에 암세포를 공격하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T세포의 수를 증가시키는 IL-7을 접목했습니다.

IL-7은 물질의 성질이 불안정해 몸 안에서 쉽게 사라집니다. 체내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 IL-7 아미노산 서열을 바꾸고 거기에 hyFc를 붙였다는 게 제넥신의 설명입니다. 하이루킨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물질을 안정적으로 양산할 수 있는 기술도 확보했습니다.

T세포 증폭 방식의 IL-7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는 회사는 또 있습니다. 다만 낮은 생산성과 물질의 안정성이 떨어져 대부분이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퍼스트 인 클래스 파이프라인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제넥신은 GX-I7을 병용요법으로 활용하면 항암 효과가 매우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다국적제약사 MSD의 키트루다와 병용투여 임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 학회를 통해 병용임상 2상 중간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KG바이오는 제넥신과 협력해 GX-I7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환자들은 T세포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T세포가 다시 늘어나면 코로나19가 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줄어듭니다. GX-I7을 활용해 T세포가 체내에서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인 ‘반감기’를 늘리면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제넥신 관계자는 “GX-I7을 감염 초기 투약하게 되면 림프구 및 T세포의 수가 크게 회복된다”며 “중증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고 빠르게 치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툴젠과 시너지 낼 것”

GX-H9는 올해 말 미국 임상 3상을 위한 시료 생산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약물의 지속시간을 늘려주는 hyFc 기술을 적용한 결과, 주 1회 또는 월 2회 맞아도 매일 한 번씩 맞아야 하는 기존 성장호르몬 주사제보다 나은효능을 나타냈습니다. 투약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것입니다. 성장호르몬 시장 규모는 연간 5조 원 수준입니다.

올해는 중국 아이맙이 임상 3상을 중국 내에서 진행합니다. 우 사장은 “임상 데이터가 축적되면 글로벌 지역을 대상으로 한 기술이전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말 최대주주가 된 툴젠과의 협업도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제넥신은 툴젠 지분 16.64%를 보유한 최대주주입니다. 툴젠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원천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샤코마리투스병(CMT), 노인성 황반변성(AMD) 등의 치료제 개발 기초연구에서 이미 좋은 결과를 얻고 있습니다. 20여 년 동안 유전자가위를 연구한 기술력이 축적돼 있다는 설명입니다. 제넥신은 비임상시험, 임상시험을 거쳐 상용화에 이르는 개발 단계의 경험이 풍부해 툴젠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이와 함께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 거부반응이 없는 장기이식 제품을 개발하는 방안도 추진 중입니다. 제넥신이 최대주주인 이종장기 이식 전문회사 제넨바이오와 함께 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우 사장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적용할 수 있는 분야는 굉장히 넓다”며 “치료제가 없는 질병을 위한 새로운 치료제를 중장기적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3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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