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현지시간) 중국에서 텐센트, 디디추싱 등 12곳의 기술기업들이 당국으로부터 '반독점법 위반'을 이유로 벌금을 부과받았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습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이들 기업이 10건의 인수합병(M&A) 거래에서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면서 각각 50만위안(약 873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기업 규모 대비 벌금 규모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반독점법을 앞세워 기업들을 압박할 수 있음을 상기시키는 조치라고 해석했습니다.
중국은 최근 몇 달 사이 거대 기술기업(빅테크)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2015년 퀄컴에 부과했던 약 9억7500만달러(약 1조1000억원) 규모의 벌금을 넘어서는 사상 최대 과징금을 알리바바에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알리바바가 입점 업체들에 경쟁 플랫폼에 입점하지 못하도록 선택을 강요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최근 리커창 총리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국가는 플랫폼 기업들의 혁신과 발전을 지지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서도 WSJ는 "아무리 크거나 혁신적인 기업이더라도 국가와 협력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해석했습니다.
지난 12일에는 후샤오밍 앤트그룹 최고경영자(CEO)가 자리를 내놓았습니다. 알리바바의 핀테크 자회사인 앤트그룹은 당초 지난해 11월 상하이와 홍콩 증시에 기업을 상장할 예정이었지만 창업자 마윈이 공개석상에서 중국 금융당국을 비판한 뒤 상장이 연기됐습니다. 이후 마윈은 중국 금융당국에 불려갔고, 이 자리에 함께 불려간 인물이 후샤오밍입니다.
중국 금융당국은 앤트그룹을 완전히 정부 규제 아래 두기 위해 사실상 기업의 체질을 바꾸고 있습니다.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로 시작해 대출, 보험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 앤트그룹은 복잡한 지배구조 때문에 사실상 금융 규제에서 벗어나 있었습니다. 중국 인구의 절반이 넘는 약 8억명이 이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만 중국 당국 입장에선 제대로 된 규제를 받고 있지 않다는 명분이었습니다. 앤트그룹은 최근 금융당국의 요구를 받아 제대로 된 규제를 받을 수 있는 금융지주사로의 전면 재편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던 인물이 후샤오밍이었습니다.
중국 금융당국은 정부 아래에 있는 인민은행 등을 통해 과도한 레버리지(부채)를 이용한 금융상품 판매와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는 앤트그룹을 압박해왔습니다. 이 두 가지 서비스는 그동안 앤트그룹이 고속 성장할 수 있었던 밑거름이었습니다. AFP통신은 "알리바바가 이 같은 지주사 개편을 완료하더라도 반독점을 이유로 추가적인 요구를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여전히 법률적 문제가 남았다는 얘기입니다.
중국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과 '기술 패권'을 놓고 '신냉전'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바이든은 중국을 다방면에서 적대시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코로나19 해결에선 '협력'을, 기술 문제에선 '경쟁'을, 인권 문제에선 과감하게 목소리를 내는 이른바 다층적인 외교전략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 같은 기술냉전 시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자국 기술기업들이 정부 아래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원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최근 음성 기반 SNS인 '클럽하우스'에서 홍콩, 신장위구르 인권, 양안 문제(중국과 대만의 정통성 문제) 등에 대한 이슈가 자유롭게 등장하자 곧바로 앱 이용을 차단한 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여기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혼란한 정국과 공산당 창당 100주년, 시진핑 1인 독재체제가 굳어지는 분위기에서 정부에 대한 반대나 비판을 엄격히 금지하는 모양새입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