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 투기 사태와 관련 '특별검사(특검) 카드'를 꺼냈습니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제안했고,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맞장구를 쳤는데요. 민주당 입장에서 이른바 개혁의 대상인 검찰에 수사를 맡기지 않으려는 속내도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은 독립적이고 강력한 특검을 통해 조사가 필요하다는 명분이지만, LH 수사를 구태여 특검으로 넘기려는 모습이 곱게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증거 인멸의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수사의 속도가 중요하다는 걸 누구나 공감할 겁니다. 특검은 그러나 출범 자체가 간단치가 않습니다.
우선 국회에서 특검 임명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돼야 합니다. 제정법이기 때문에 20일의 숙려기간을 거쳐야 합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결을 거쳐 본회의에서 통과돼야 합니다. 특검법이 통과되면 국회의장은 법 시행일로부터 2일 내 특별검사의 임명을 대통령에게 요청해야 합니다. 국회의장의 요청을 받은 대통령은 3일 이내 야당 교섭단체에 후보자 추천을 의뢰하고, 야당 교섭단체는 대한변호사협회에 후보자 추천을 의뢰하며, 대한변호사협회는 7일 이내 특별검사 후보를 추천해야 합니다. 이후 야당 교섭단체가 합의한 후보자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면, 대통령은 3일 이내 한 명을 특검으로 임명합니다.
특검이 임명되더라도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특검팀을 구성하는데 법적으로 20일의 준비 기간이 보장됩니다. 이후 준비가 끝나면 그제야 60일간의 수사(1회 연장 가능)가 이뤄집니다.
드루킹 특검의 진행상황을 살펴보면 LH 특검의 수사가 시작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 관련 특검법은 2018년 4월17일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습니다. 이후 한 달도 더 지난 5월21일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란 이름으로 국회에서 처리됐습니다. 법안의 공포는 일주일이 지난 5월29일에 이뤄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특검 후보자 추천을 받아 허익범 특검을 임명한 건 6월7일입니다. 허익범 특검은 20일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6월27일에 가서야 본격 수사를 시작합니다. 국회에서 법안이 발의되고 수사를 시작하기까지 두 달 반이 걸린 것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농단의 경우 특검의 수사 개시가 드루킹 사태보다 빨랐습니다. 법안은 2016년 11월15일 국회에 제출됐는데요. 당시에는 여야 합의로 특검법의 숙려기간을 생략했습니다. 같은 달 29일 후보 추천이 이뤄졌고, 박 전 대통령은 12월1일 박영수 전 서울고검장을 특검으로 임명했습니다. 박 특검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특검팀 수사팀장으로 임명하는 등 준비 기간을 거쳐 12월21일 본격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법안 발의부터 수사 시작까지 37일이 걸렸습니다.
여야의 합의로 이례적으로 특검이 빠르게 구성되더라도 수사 개시에 최소 한 달 이상은 걸릴 거라는 게 법조계의 전망입니다. 적어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있는 다음달 7일은 넘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야당은 "당장 검찰수사하라"고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단독으로 LH 특검법을 처리할 수 있는 민주당입니다. 선거를 앞둔 민주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