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포스트 코로나 시대…물가·금리 '스파이크' 우려

입력 2021-03-14 17:49   수정 2021-03-15 01:05

“We are almost there.”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팬데믹으로 선언한 이후 1년 만에 종료 가능성을 시사한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의 발언이다. 지난 1년 동안 ‘잃어버린 시간’이라고 부를 만큼 모든 세계인이 겪은 고통과 두려움을 생각하면 가장 기다렸던 말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파우치 소장의 발언으로 세계 경제와 증시는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는 이상의 변화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 백신 개발 이전까지 유일한 대처 방안이 ‘격리’였던 점을 감안하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 세계 경제는 ‘연계’ 체제로 빠르게 이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백신 접종 속도를 감안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가장 최근에 발표한 내용을 보면 올해 세계 경제는 5.6% 성장할 전망이다. 작년 12월 발표한 4.2%와 비교하면 3개월 만에 1.4%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성장률 서프라이즈’ 수준에 해당한다. 금융위기와 달리 경제 시스템상에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올해 각국별 성장률이 코로나 백신을 자체 개발하고 얼마나 빨리 접종하느냐에 따라 확연하게 차이가 날 것이라는 점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주도로 가장 빨리 경제활동을 재개하고 백신을 개발해 접종한 중국 경제는 지난해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세를 보인 데 이어 올해도 8%에 육박하는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숙한 대응으로 경제 피해가 가장 컸던 미국 경제는 조 바이든 정부 들어 백신 접종이 빨라지면서 다음달 말 발표될 올해 1분기 성장률이 10% 이상 급반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OECD도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을 6.5%로 3개월 전에 내놨던 3.2%를 두 배 이상 뛰어넘을 것으로 수정 발표했다.

반면 국민의 자발적인 협조로 지난해 상반기까지 ‘방역 선진국’으로 평가받았던 한국 경제는 자체 백신 개발과 접종이 늦어지면서 올해 성장률이 3.3%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세계 경제가 중국과 미국에 의해 주도되는 만큼 두 국가에 대한 수출 비중이 35%가 넘는 점을 감안하면 7% 이상의 성장률이 예상돼야 한다. 한국 경제 내부적으로 대외 여건 호재를 활용하는 데 장애 요인이 많다는 점을 지적한 뼈아픈 대목이다.

문제는 지난해 코로나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많이 풀어 놓은 유동성을 흡수하지 못한 여건에서 세계 경제가 빠르게 회복할 경우 본격적으로 나타날 ‘숙취(hangover) 현상’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대표적인 숙취 현상으로 꼽히는 인플레이션 우려와 미국을 비롯한 각국 국채 금리 상승 문제다.

미국은 지난 2월 물가가 안정된 것으로 나왔지만 3월 이후에는 ‘인플레이션 스파이크’가 우려된다는 시각도 있다. 코로나 사태 충격이 본격화한 작년 3월 이후 물가가 낮은 것에 따른 기저효과까지 감안하면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 잣대가 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은 3%(5월 4%) 이상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국채 금리도 그렇다. 미국 재무부가 계획하고 있는 올해 국채 발행 규모는 2조8000억달러로 지난해 1조7000억달러를 크게 웃돈다. 하지만 Fed의 매입 계획 물량은 9000억달러 안팎으로 지난해 2조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잔여 물량을 시장에서 소화해야 하지만 국채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여건에서는 오히려 보유 국채를 내다 팔 가능성이 높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숙취 현상을 극복하고 주가가 더 오르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충족돼야 할까. 월가에서는 ‘트리플 Re’가 확인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리플 Re란 reflation(경기 회복), revenge consumption(보상 소비), restocking(재고 축적)의 접두어를 딴 용어다.

트리플 Re 중 유일하게 통화정책 처방과 관련된 리플레이션은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골디락스 경기 국면을 말한다. 너무 뜨거우면 ‘테이퍼링’ 우려가, 너무 차가우면 ‘통화정책의 무력화’ 명제가 불거지기 때문이다. 경기는 회복세를 보이지만 불안하고 인플레이션 우려는 일시적이며, 고용목표 달성은 2∼3년 후에도 어렵다고 보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이 3월 회의에서 어떤 입장과 결과를 내놓을지 궁금해진다.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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