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소비자는 합리적 선택을 한다. 같은 값이면 품질 좋고, 같은 질이면 값싼 상품을 찾는다. 쇼핑몰을 자주 찾는 소비자도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소비자의 합리적 구매 본능을 인위적으로 통제하고 조종하려 하면 할수록 소비자는 더 합리적 선택을 하기 위해 머리를 쓴다. 그 고심의 결정이 전통시장일 수도 있겠지만, 선택지에는 시장만 있는 게 아니다. 오프라인 상점에 가지 않고도 인터넷에서 클릭 몇 번으로 싸고 좋은 상품을 살 수 있다. 더구나 지금은 ‘언택트 쇼핑’이 대세인 코로나 시국 아닌가.
대형마트 같은 기업형 상점이 문을 닫았을 때 인근 전통시장까지 매출 타격을 입는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대형상점이 문을 닫으면 주변 상권까지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는 것이다. 이런 역효과를 부르는 규제법을 만드는 국회는 대형상점과 전통시장을 단순한 경쟁 구도로 인식하고 있다. 현실은 상호보완적인 공생 관계다. 자본주의 시장 원칙이 원래 그렇다. 때론 살벌해 보이기까지 하는 치열한 경쟁 시스템이 공급의 혁신과 윤택한 소비를 가능케 한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쇠퇴라는 문제는 자체 혁신이라는 열쇠로 풀어야 한다. 무엇보다 소비자가 현명하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대형상점이라도 비싸고 질 낮으면 안 간다. 대형상점이 아니라도 상품만 좋으면 칭찬 어린 입소문이 무섭게 번지는 게 인심이다. 시장의 자력갱생을 지원하는 법을 만드는 게 국회가 할 일이다. 마트·쇼핑몰 탓하며 규제 철퇴를 휘두르는 건 옳지 않다.
신승민 < 시사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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