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절벽' 내몰린 르노삼성, 야간근무 없애고 순환휴직

입력 2021-03-14 17:33   수정 2021-03-15 00:58

르노삼성자동차가 16일부터 부산공장의 야간근무를 두 달 이상 없앤다. 극심한 판매 부진 탓이다. 르노삼성이 1교대(주간근무) 체제로 공장을 한 달 이상 운영하는 건 2005년 이후 16년 만이다. 업계에서는 르노삼성의 ‘물량 절벽’ 현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최근 근무 형태 전환을 확정하고, 일부 직원에게 순환휴직을 통보했다. 회사는 우선 5월 말까지 1교대 체제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생산직의 약 30%가 순환휴직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 노사는 2교대에서 1교대로의 전환을 피하기 위해 주4일 근무체제 도입 등 다른 대안을 논의했지만, 의견 조율에 실패했다. 연차 사용 확대 여부와 주4일 근무 시 임금 지급 규모, 영업본부 구조조정 방식 등을 놓고 의견차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의 판매량은 2017년 이후 해마다 줄고 있다. 지난해 국내외 판매량은 11만6166대로 전년(17만7425대) 대비 34.5% 줄었다. 2017년(27만6808대)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2019년 연 10만 대 규모의 수탁생산(닛산 로그) 계약이 종료된 데다 최근 내수까지 급감한 탓이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이 2교대 근무 체제를 이어가려면 적어도 월 1만 대 이상의 생산 물량이 필요하다. 그러나 작년 7월 이후엔 월 판매량이 계속 1만 대를 밑돌았다. 올해 국내외 판매량이 10만 대 이하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물량 부족은 XM3 유럽수출 모델 생산이 시작되는 6월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회사 안팎에서는 6월 이후에도 상황이 호전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올해 예정된 신차가 없는 데다 XM3가 유럽에서 어느 정도 팔릴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르노삼성이 XM3 유럽 물량을 놓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지 모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노사 갈등이 계속되면서 프랑스 르노 본사에서 르노삼성을 보는 시각이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호세 비센트 드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부회장은 지난달 “부산공장은 XM3 수출 물량 확보를 위해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며 “부산공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새로운 방법을 찾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노조는 1교대 전환 등 회사가 추진하는 비용절감 방안에 반발하고 있다. 파업을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의 스페인 공장 등도 XM3 생산을 원하고 있다”며 “부산공장의 노사 갈등이 이어지면 내년 이후 XM3 유럽 물량을 다른 공장에 뺏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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