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LH로 들끓는 민심, 안일한 정부

입력 2021-03-14 18:37   수정 2021-03-15 00:14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에 국민이 분노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신도시 개발 정보를 미리 알고 땅을 사들인 것, 보상을 더 받기 위해 나무를 빼곡히 심어 놓은 것, LH 일부 직원이 국민을 조롱한 것, 일부 국회의원과 시의원까지도 연루됐다는 의혹들….

여기에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안일한 시각도 한몫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변 장관은 LH 사태가 터진 뒤 국회에서 “LH 직원들이 개발정보를 알고 땅을 산 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단순히 투자 차원이거나 노후생활을 보내기 위해 샀다는 투로 얘기한 것이다. 투기도 아니고 불법도 아닐 것이란 얘기여서 LH 사장을 지낸 부동산 주무 장관이 LH 직원들을 두둔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변 장관이 사실상 경질된 데는 그의 이런 태도도 한몫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개발정보 몰랐을 것이란 변창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거들었다. 그는 ‘일탈’이라고 했다. 일탈(deviance)은 통상 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난 행위를 가리킨다. 사회학에선 일탈을 광의로 접근한다. 관습이나 풍습뿐 아니라 규칙(대표적인 게 법)에서도 벗어나는 행위로서의 일탈이다. 구체적인 법을 포함하는 개념으로서 일탈이기 때문에 대개 일탈 이론은 추상적이다.

일상생활에서 일탈이란 말은 보통 좁은 의미로 쓰인다. 상식에서 벗어나는 행위지만 법 위반, 특히 중대한 법 위반은 아닐 때 사용된다. 홍 부총리도 그런 의미로 이 용어를 쓴 것 같다. LH 직원들의 땅 매입에 불법이란 말 대신 ‘공동체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 등의 표현을 썼기에 이런 해석이 가능하다.

두 고위 공직자의 이 같은 인식은 국민의 시각과는 천양지차다. 국민은 LH 직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사적 이득을 취한 것이 불법이며, 응당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변 장관이 불법 의혹을 차단하고자 한 것이나 홍 부총리가 불법과는 거리가 있지 않냐는 쪽으로 분위기를 몰아간 것과는 180도 다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4일 ‘내부 정보를 악용한 불법 투기 정황’이라고 한 것은 뒤늦었지만, 그나마 국민의 인식에 가장 가깝다.
문 대통령도 영농경력 설명해야
문재인 대통령도 논란이 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퇴임 후를 위해 경남 양산시 사저 부지를 매입했다. 문 대통령은 2008년부터 11년 동안 영농경력이 있다는 서류를 국회에 제출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국회의원 및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낼 당시 시간을 내 농사를 지을 여력이 있었겠느냐는 것은 합리적 의심이다. 문 대통령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거나, 돈을 더 벌 목적으로 땅을 샀다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국가 지도자 생활을 마치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기 위해 귀향하는 데 박수를 보내는 사람도 많다.

문 대통령이 SNS에 올린 글의 내용도 모두가 받아들인다. ‘대통령 돈으로 땅을 사서 건축하지만 경호 시설과 결합되기 때문에 대통령은 살기만 할 뿐 처분할 수도 없는 땅’이라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는 핵심이 아니다. 포인트는 농지법에서 요구하는 영농경력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농사를 지을 때의 사진을 다수 공개한다든가 이러면 해결되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고 있다며 격노할 일도 아니다. 오히려 주위에서 더 세게 나가라고 종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문 대통령은 이를 차단해야 한다. 국민과의 인식 좁히기가 절실한 시점에서 문 대통령이 ‘설명의 의무’를 다해준다면 LH 사태 해법에도 국민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jdpow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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