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이래 10년간 적자만 내온 쿠팡이 유가증권시장 유통업종 65개사의 시총 합계(73조원)보다 더 큰 100조원 가치를 인정받자 거품 논란도 적지 않다. 하지만 논란과 무관하게 ‘세계경제의 중심’에서는 ‘로켓배송’이라는 파괴적 혁신에 더 주목했다는 점이 주는 메시지가 묵직하다. “적자도 계획적인 투자의 일환으로 봐달라”며 ‘상거래의 미래’를 말하는 김 의장에 대한 공감이 크다는 것이 확인됐다. 김 의장이 “앞으로도 장기가치 창출에 전념할 것”이라고 다짐한 것도 인상적이다. 단기성과를 요구하는 투기펀드와 불순한 일부 시민단체의 공격에 휘둘리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소홀히 하는 경우를 수없이 봐온 터여서다.
무엇보다 규제당국의 반성이 절실하다. 정부는 로켓배송을 둘러싼 쿠팡과 택배업계의 갈등이 불거졌을 때 아무 조정 역할도 하지 못했다. 쿠팡은 ‘자기 고객에게 배송할 때는 화물차 허가가 필요없다’는 법원 판결을 받아 로켓배송을 지켜냈지만 갈등은 잠복 중이다. 신산업과 기존 산업 충돌 시 눈치보기로 일관하는 정부의 ‘무책임 DNA’가 변하지 않는다면 4차 산업혁명은커녕 어떤 신산업도 태동하기 힘들 것이다.
쿠팡은 빠르게 변화하고 융합하는 미래 산업 트렌드의 최일선에 서 있다. “우리는 유통이 아니라 IT기업”이라며 업의 본질을 재정의할 만큼, 쿠팡은 혁신 DNA로 무장하고 글로벌 유통공룡 아마존과 알리바바의 협공을 막아냈다.
상장 및 기업지배구조 제도 선진화도 시급하다. 김 의장은 “차등의결권을 활용할 수 있는 점이 뉴욕행에 영향을 끼쳤다”고 확인했다. 충분한 견제장치가 있는데도 차등의결권만 나오면 오너의 전횡과 경영권 불법 승계수단이라며 거품부터 무는 정치권이 답해야 한다. 국내 스타트업들 사이에선 뉴욕 직상장 바람까지 불 조짐이다. 진정 일자리와 경제를 생각하는 정부·여당이라면 ‘쿠팡 대박’의 메시지를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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