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농지법은 ‘농업 경영’을 하는 농업인과 농업법인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 일반인이 농지를 취득하려면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해서 농사 목적의 토지 매입임을 입증해야 한다. 문제는 경영계획서 심사가 ‘날림’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법이 정한 심사기한이 ‘제출 이후 4일 이내’여서 계획서 허위 작성 등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경영계획서에 직업을 적지 않는 경우도 많아 LH 직원이 사는지, 공무원이 사는지 등도 알지 못한 채 매입 허가가 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국회의원 4명 중 1명이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현실이 이런 허술한 심사의 결과물이라는 지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사에 따르면 21대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농지 소유자는 76명에 이르렀다.
경영계획서 제출이 면제되는 예외조항이 16개에 달해 허점이 많다는 문제 제기도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인 게 주말·체험농장 용도로 1000㎡ 미만 농지를 취득하는 경우다. 지난해 공무원 10명을 포함한 188명이 제주도에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사들여 140억원의 시세 차익을 냈다가 경찰에 적발된 사례가 있었는데, 이들이 활용한 조항이 주말농장 예외 규정이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우선 ‘지방자치단체 농지위원회’를 새로 구성하기로 했다. 농지위원회는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에 설치된다. 지자체 심사에 앞서 농지 취득의 투기 여부를 집중 검증하는 역할을 한다. 지자체 공무원은 물론 지역농업인과 주민, 시민단체까지 참여하는 민관 합동 기구로 만든다. 농지위원회 심사 기간은 최대 14일까지 부여해 농지 매입자의 투기 여부를 철저히 심사하도록 할 방침이다. 농지위원회가 설치될 기초지자체는 향후 부처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
하지만 이런 대책으로 농지 투기를 뿌리 뽑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농지 투기의 주요 통로인 ‘주말·체험농장 용도 1000㎡ 미만 농지 취득 시 경영계획서 면제’ 등 규정은 손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농지 소유에 대한 예외조항을 없애거나 줄여 투기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강진규/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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