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폐막한 아트페어(미술품 장터)인 서울화랑미술제가 역대 최고인 7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코로나19에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분출된 것도 있지만 이른바 ‘아트테크(아트+재테크)’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다. 부동산 주식 등에 대한 과세가 강화되는 추세여서 세제 혜택이 많은 미술품 투자에 주목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미술품은 양도가액(매도가액)이 6000만원이 안 되면 세금이 없다. 필요경비도 양도가의 최대 90%까지 인정된다. 올해부터 빈번한 미술품 거래에 대해서도 고율 과세를 하지 않기로 제도가 바뀌어 아트테크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미술품을 팔아 올린 소득은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으로 과세된다. 세율은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다. 양도차익이 아니라 양도가액에 세금을 매긴다. ‘취득가액을 고려하지 않으니 불리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비과세·감면이 많아 이 점을 상당 부분 상쇄해준다.
미술품은 양도가액이 6000만원 미만이면 비과세다. 양도가액이 6000만원 이상인 경우에도 세금 부담이 크지 않다. 필요경비율이 80%로 높기 때문이다. 양도가액이 1억원 이하거나 보유기간이 10년 이상이면 필요경비율은 90%로 높아진다.
가령 미술품을 5000만원에 사서 5년 보유한 뒤 8000만원에 판 투자자가 있다고 치자. 이 경우 양도가액이 1억원이 안 돼 필요경비로 90%까지 공제된다. 90%에 해당하는 7200만원은 필요경비로 제외되고 나머지 10%인 800만원(과세표준)에만 세금이 부과된다는 얘기다. 여기에 세율을 곱하면 소득세는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176만원이 나온다. 세금이 양도차익(3000만원)의 6%가 안 된다.
미술품 취득가액이 1억원, 양도가액이 1억5000만원이면 소득세는 660만원이다. 양도차익(5000만원)의 13% 수준이다. 이 사람의 그림 보유 기간이 10년 이상이라면 세금은 330만원으로 떨어진다. 필요경비율이 90%로 높아져서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알짜’ 세제 혜택도 있다. 살아 있는 국내 작가의 작품은 가격에 상관없이 비과세다. 잠재력 있는 젊은 국내 작가 작품에 투자했다가 나중에 그림 가치가 확 뛰면 투자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박서보 이건용 김종학 등 거장으로 평가받는 화백의 그림은 지금도 수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조각도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미술품을 전문으로 하는 한 세무사는 “소득세법에 명시된 과세 대상 미술품은 회화, 데셍, 파스텔, 오리지널 판화·인쇄화, 골동품 등으로 조각은 빠져 있다”며 “조각은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정부 유권해석도 있다”고 말했다.
이 규정에 대해 투자자들은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해 왔다. 얼마나 자주 거래해야 사업소득인지 명확한 기준이 없어 불확실성이 컸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해 말 소득세법을 고쳐 거래 빈도와 상관없이 미술품 투자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간주하도록 했다. 바뀐 규정은 올해 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미술품 거래를 위해 사업장을 설치하거나 사업자등록을 한 경우는 사업소득세가 적용된다.
미술품 양도소득의 과세 방식은 원천징수다. 그림을 사는 사람이 과세당국에 세금을 내고, 판매자는 원천징수영수증을 잘 챙겨놓으면 된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