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사진)의 그래미 어워즈 수상이 불발됐다. 한국 대중가수 최초로 미국 최고 권위의 음악상 후보에 오르며 K팝 역사를 새로 썼지만, 그래미의 보수성을 넘지 못하고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그래미 상을 주관하는 미국레코딩아카데미는 15일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부문 수상작으로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레인 온 미’를 선정했다. BTS는 지난해 8월 디지털 싱글로 발매한 ‘다이너마이트’로 이 부문 후보에 올랐다. 저스틴 비버와 퀘이보의 ‘인텐션스’, 테일러 스위프트와 본 이베어의 ‘엑사일’ 등 세계 최정상급 팝스타 곡도 BTS와 경합을 벌였다.
BTS의 다이너마이트는 대중성과 예술성을 함께 인정받으며 올해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됐다. 밝은 분위기의 디스코 음악을 통해 코로나19로 우울해진 대중을 위로했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보이그룹, 비(非)백인, 댄스 장르 등에 좀처럼 상을 주지 않는 레코딩아카데미 특유의 보수성은 넘지 못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레이디 가가 등의 곡이 워낙 훌륭하기는 했지만 지난해 BTS가 유례없는 수준으로 세계 음악시장을 휩쓴 만큼 아쉬운 결과”라며 “K팝 팬뿐 아니라 미국 내 아티스트 일부도 그래미의 보수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미 어워즈는 최근 들어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권위가 하락하고 있다. 미국인을 노골적으로 우대하고 대중적인 인기가 높은 뮤지션을 외면해서다. 올해는 전 세계 팬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캐나다의 흑인 리듬앤드블루스(R&B) 가수 더 위켄드가 단 한 부문에도 후보에 오르지 못해 음악계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다. 향후 BTS의 수상 가능성에는 긍정적인 시각이 많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BTS의 그래미 어워즈 출연은 이번이 세 번째인데, 처음에는 시상자였지만 올해는 후보에 오른 데 이어 단독 공연도 펼쳤다”며 “그래미에서 K팝과 BTS의 지분이 커지면서 점차 수상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리처드 용재 오닐은 이날 ‘베스트 클래식 기악 독주’상을 받았다. 오닐은 2005년과 2010년에 이어 세 번째로 후보에 올라 처음 그래미상을 거머쥐었다. 수상 작품은 크리스토퍼 테오파니디스가 작곡한 ‘비올라 협주곡’이다. 오닐은 알바니 심포니 오케스트라(지휘 데이비드 앨런 밀러)와 함께 이 곡을 녹음해 음반으로 발매했다. 그는 “비올라에 있어 위대한 날이며 이런 영광을 얻게 돼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성수영/오현우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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