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관료주의적 K방역, 대수술해야

입력 2021-03-15 17:49   수정 2021-03-1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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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확진자가 400명을 웃돌고 있다.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집단감염도 심각하고,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은밀한 전파도 계속되고 있다. 언제라도 전국적 재확산이 이뤄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고강도 방역에 국민과 의료진 모두 지쳐가고 있다. 더 이상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K방역의 근본적 수술이 절실하다.

정부는 ‘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과학으로 검증된 사회적 거리두기와 백신을 정치적 이유로 거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의 ‘기준’과 구체적인 ‘대책’은 객관적·합리적인 과학의 영역을 크게 벗어나는 것이다. 작년 5월 확진자 100명이었던 ‘3단계’(전국적 대유행) 기준을 11월에 느닷없이 800명 이상으로 상향 조정한 것이 그 증거다. 과학적 기준이 널뛰듯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과학적 기준과 대책은 정부가 비공개로 어설프게 결정하고, 과학으로 포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개된 과학적 자료를 근거로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설명하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어야만 한다. 수영장의 샤워는 되고, 헬스장의 샤워는 안 된다는 대책은 과학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5인 이상 모임 금지와 오후 9시 이후 영업금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도 찾을 수 없다.

부모의 임종과 장례도 포기해야 하는 절박한 국민의 입장에서 유명 정치인의 성대한 장례식은 허용하는 방역 대책은 어처구니없는 것이다. 북적거리는 대형 백화점은 열어주고, 영세 사업자의 소규모 사업장은 무조건 폐쇄하는 대책도 용납할 수 없다. 방역 대책이 특정 집단의 정치적 집회를 금지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도 누구나 알고 있는 진실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정치와 관료주의에 포획돼 버렸다. 실제로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지시로 급조된 새로운 ‘4단계 개편안’은 시행 시기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과학이라기보다 투명하고 오히려 합리적인 ‘사회적 합의’가 훨씬 더 중요한 사회·정치적 사안이다. 과학적으로 필요한 방역 대책이라도 사회·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없으면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방역의 기준과 대책을 국민이 능동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공개적인 사회적 합의기구가 필요하다. 물론 충분한 전문성을 갖춘 방역 전문가의 적극적인 참여가 보장돼야만 한다.

뒤늦게 시작된 백신 접종에 대한 우려를 무작정 ‘정치적’이라고 폄하하는 정부·여당의 지적은 비겁한 것이다. 실제로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백신을 우리가 먼저 맞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우겨서 백신 관련 불안을 부추긴 것은 정부·여당이다. 국민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스스로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나서는 리더십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백신 조기 확보에 실패한 책임을 질병관리청에 떠넘기기도 했다.

백신의 이상증상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도 필요하다. 물론 백신 이상증상에 지나치게 과민반응을 보일 이유는 없다. 그렇다고 이상반응 발생 비율이 1.47%에 이르는 현실을 무작정 외면할 수는 없다. 16명의 사망자에 대한 적극적인 해명도 필요하다. 국민이 안심하고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해주는 책임은 온전하게 정부에 있다.

사회적 감염을 차단하기 위한 더욱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감염 경로가 제한된 경우에 적용하는 ‘검사-추적’의 패러다임을 이제는 ‘감시-완화’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가 확보하고 있는 저렴하고, 신속하고, 간편한 진단 기술을 총동원해야 한다. ‘신속 PCR(유전자 증폭)’을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여주시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주목해야 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역할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의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전문성을 기대할 수 없는 정치인의 고압적인 지시·훈시는 지쳐버린 국민의 피로감만 증폭시킨다. 철 지난 K방역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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