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통해 양질의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정비사업 연계형 공공지원 민간임대 사업’이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공시가격 상승과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 규제로 수익성이 나빠져 사업을 재검토하는 임대사업자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공공성을 갖춘 임대사업임에도 불리한 세금 규제가 적용되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민간임대 공급 공백으로 전세 공급이 줄어드는 등 부동산 시장 불안이 가중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과거 기업형 임대주택(뉴 스테이) 제도를 일정 부분 손봐 2018년 도입한 임대 제도다. 공공성을 추구하면서도 민간의 기술과 브랜드라는 장점을 합친 게 특징이다. 이 중 정비형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에서 공급되는 공공지원 민간임대다. 임대사업자가 정비 조합에서 당초 일반분양을 계획했던 물량을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종부세까지 강화되면서 이 사업을 하는 임대사업자들은 연 수백억원대 종부세 부담을 지게 됐다. 매입임대 사업자의 종부세 합산 배제 기준은 공시가격 기준 ‘수도권은 6억원, 지방은 3억원’이다. 종부세를 내지 않고 임대사업을 하기 위해선 주택 공시가격이 이 금액을 넘어선 안 된다는 의미다. 한 임대사업자는 “단지 규모별로 다르지만 1000~2000가구 규모를 기준으로 연 250억~500억원가량의 세금 부담이 생긴다”며 “종부세로 인해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전환하는 사업장도 있다”고 말했다.
공시가격 현실화 방침과 세율 인상 등이 맞물려 세 부담은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는 지난해 ‘7·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종부세 최고 세율을 기존 3.2%에서 6.0%로 대폭 상향했다. 법인에는 최고 세율인 6.0%가 일괄 적용된다.
업계에서는 정비형 연계라는 독특한 구조 때문에 정비사업 연계형 공공지원 민간임대 사업이 적절한 예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 등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달 건설임대주택의 종부세 부담을 낮추는 종부세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합산 배제 가액 기준을 종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이는 식이다. 하지만 정비사업 연계형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형식적으로 건설형이 아니라 매입형이기 때문에 이 기준을 적용받지 못한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산업본부 부장은 “정비사업 연계형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건설임대주택과 동일한 공공성과 공급 효과가 있지만 불리한 세금 기준을 적용받는다”며 “종부세 합산 배제 기준을 건설임대와 마찬가지로 9억원으로 상향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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