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강도 높은 공방을 주고받았다. 서로를 향해 “안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면 야권은 100% 분열한다”(오 후보) “3자 구도로 가겠다는 밑자락을 까는 것이냐”(안 후보)는 공개적인 언쟁을 벌이면서 갈등이 고조됐다. 서울시장 선거가 ‘3자 대결’로 치러지더라도 오 후보가 승리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되면서 단일화 협상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정대로 오는 19일 단일화가 성사되더라도 ‘화학적 결합’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오 후보는 이날 당 회의에서 “만일 안 후보로 단일화되고 거기에 당 외곽의 유력 대권주자(윤석열 전 검찰총장)가 결합하면 내년 대선은 야권 분열 상태로 치러지는 최악의 대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오 후보는 이날 열린 비전 발표회에서 안 후보를 만나 “표현이 직설적이다 보니 걱정할 만한 상황이 빚어졌다”고 해명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단일화를 둘러싼 기싸움에 참전하면서 신경전은 더 고조됐다. 안 후보 측이 야권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당명과 기호를 빼자고 제안한 데 대해 김 위원장은 “그렇게 자신이 없는 사람이 뭘 출마하려 하느냐”고 일갈했다. “토론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이 서울시장 후보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에 안 후보는 “김 위원장 발언은 정말 모욕적”이라며 “나는 토론을 피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가상 3자 대결에서 오 후보가 선두에 오른 조사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야권 후보 간 단일화 협상에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단일화는 오 후보와 안 후보가 각자 후보로 나설 경우 박 후보가 ‘어부지리’로 승리할 것이란 위기감에서 추진된 것이라 두 후보 중 한 명이라도 3자 대결에서 박 후보를 누를 경쟁력이 확인된다면 언제든 단일화 협상이 깨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오 후보는 이날 열린 비전 발표회에서 해당 결과에 대해 “지지와 성원은 감사하지만 3자 대결구도는 제 머릿속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102석 정당에 제1야당인데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안 후보에게 쉽게 양보할 수 있겠느냐”며 “급한 건 우리가 아니라 안 후보 쪽”이라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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