吳·安 거친 설전…이러다 '3자 대결' 가나

입력 2021-03-15 17:30   수정 2021-03-16 02:22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강도 높은 공방을 주고받았다. 서로를 향해 “안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면 야권은 100% 분열한다”(오 후보) “3자 구도로 가겠다는 밑자락을 까는 것이냐”(안 후보)는 공개적인 언쟁을 벌이면서 갈등이 고조됐다. 서울시장 선거가 ‘3자 대결’로 치러지더라도 오 후보가 승리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되면서 단일화 협상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정대로 오는 19일 단일화가 성사되더라도 ‘화학적 결합’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입 거칠어진 吳·安
안 후보는 15일 당 회의에서 오 후보를 겨냥해 “요즘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 덕분에 지지율이 좀 올라간다 싶으니까 3자 구도로 가겠다는 밑자락을 까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오 후보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안 후보에 대해 “늘 야권 분열의 중심에 서 있었고, 앞으로도 분열을 잉태할 후보”라고 언급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안 후보는 “그렇다면 나와 단일화를 하는 이유가 뭔가”라며 “오 후보가 단일화에 진정성을 갖고 있는 게 맞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오 후보는 이날 당 회의에서 “만일 안 후보로 단일화되고 거기에 당 외곽의 유력 대권주자(윤석열 전 검찰총장)가 결합하면 내년 대선은 야권 분열 상태로 치러지는 최악의 대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오 후보는 이날 열린 비전 발표회에서 안 후보를 만나 “표현이 직설적이다 보니 걱정할 만한 상황이 빚어졌다”고 해명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단일화를 둘러싼 기싸움에 참전하면서 신경전은 더 고조됐다. 안 후보 측이 야권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당명과 기호를 빼자고 제안한 데 대해 김 위원장은 “그렇게 자신이 없는 사람이 뭘 출마하려 하느냐”고 일갈했다. “토론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이 서울시장 후보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에 안 후보는 “김 위원장 발언은 정말 모욕적”이라며 “나는 토론을 피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3자 가상대결 ‘오세훈 승리’
서울시장 선거가 ‘3자 대결’로 치러지더라도 오 후보가 승리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되면서 양측의 단일화 협상전은 더욱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13~14일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에 따르면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아 3자 대결이 펼쳐지는 경우에도 오 후보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앞섰다. 오 후보가 35.6% 지지율을 얻어 박 후보(33.3%)를 오차범위 내에서 이겼다. 안 후보 지지율은 25.1%였다.

가상 3자 대결에서 오 후보가 선두에 오른 조사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야권 후보 간 단일화 협상에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단일화는 오 후보와 안 후보가 각자 후보로 나설 경우 박 후보가 ‘어부지리’로 승리할 것이란 위기감에서 추진된 것이라 두 후보 중 한 명이라도 3자 대결에서 박 후보를 누를 경쟁력이 확인된다면 언제든 단일화 협상이 깨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오 후보는 이날 열린 비전 발표회에서 해당 결과에 대해 “지지와 성원은 감사하지만 3자 대결구도는 제 머릿속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102석 정당에 제1야당인데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안 후보에게 쉽게 양보할 수 있겠느냐”며 “급한 건 우리가 아니라 안 후보 쪽”이라고 했다.
16일 TV 토론회 개최엔 합의
후보들이 합의한 단일화 시한(19일)을 나흘 앞둔 가운데 서로를 직접 저격하는 발언을 쏟아내면서 단일화 시점이 밀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날 양측 실무협상단은 16일 오후 80분간 한 차례 토론회를 여는 데 합의했지만 의견이 가장 치열하게 갈리는 여론조사 문항 등에 대한 결론은 내지 못했다. 협상 시간이 길어질수록 지지층의 결집력과 충성도가 강한 오 후보가 유리해질 가능성이 높다. 예정대로 19일 단일화가 이뤄지더라도 양측이 수위 높은 공방을 주고받으면서 기대했던 ‘화학적 결합’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두 후보는 이날도 서울시 연립정부 추진 방안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구체적으로 대답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중도층 확장 등 단일화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두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부터 화합하며 손잡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며 “경선이 끝난 뒤 선거운동을 돕는 것으로만은 부족하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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