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문제가 된 특허는 mRNA를 보자기처럼 감싸 세포 안으로 전달해주는 ‘지질나노입자 기술’(LNP). 지난해 처음 등장한 mRNA 백신이 뜨면서 LNP의 ‘몸값’도 덩달아 뛰고 있다. 국내외 바이오 기업들이 LNP를 비롯한 mRNA 전달 기술을 확보하는 데 팔을 걷어붙인 이유다.
mRNA 백신은 다른 백신에 비해 개발 기간이 짧고 예방률이 높은 게 강점이다. 화이자, 모더나 등 mRNA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의 예방률은 94~95%로 바이러스 벡터 방식의 아스트라제네카(70.4%)를 압도한다.
하지만 mRNA는 온도나 화학물질 등 주변 환경에 취약하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더구나 몸 안에는 mRNA를 잘 분해하는 효소가 있어 항체가 형성되기 전 대부분 사라진다. mRNA를 보호하는 LNP의 몸값이 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더나와 화이자 모두 LNP 기술을 썼다. 물에 잘 녹는 물질인 지질과 콜레스테롤, 폴리에틸렌글리콜(PEG)을 조합해 RNA가 세포 안으로 들어간 뒤 방출되도록 했다.
관련 특허는 대부분 알뷰투스의 몫이다. 코로나19 백신 매출 규모를 감안하면 로열티만 연간 수천억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물론 전 세계 제약·바이오업계가 알뷰투스의 특허를 피할 수 있는 새로운 전달 방식 개발에 뛰어든 이유다. “앞으로 mRNA 백신의 기술력은 얼마나 많은 LNP 특허를 보유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남재환 가톨릭대 의생명과학과 교수)이란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국내에선 에스티팜이 자체적으로 LNP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LNP 특허를 보유한 나라는 미국과 독일밖에 없다. 에스티팜 관계자는 “모더나가 쓰는 값비싼 지질 대신 저렴한 지질을 사용했다”며 “낮은 가격에 대량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국의 아이진은 LNP 대신 리포솜을 백신 전달체로 이용하는 백신 개발에 나섰다. 리포솜은 작은 구 형태의 물질로 보통 암을 치료하는 항암제, 백신 등의 약물전달운반체로 쓰인다. 유원일 아이진 대표는 “세포막과 비슷한 성질의 양이온성 리포솜이 RNA를 둘러싸 세포 안으로 안전하게 옮긴다”며 “리포솜을 전달체로 하는 mRNA 백신을 개발하는 곳은 전 세계에서 아이진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아나필락시스와 같은 부작용도 없고, 상온 유통도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나이벡은 단백질 조각인 펩타이드를 활용한 mRNA 전달체를 개발 중이다. 모더나 등이 관심을 보여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세포막을 뚫을 수 있는 세포 투과 펩타이드에 mRNA 물질을 달아 약물을 원하는 곳에 전달해주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김우섭 기자 duter@hab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