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이혼 상담 급증했다…"잠재된 문제 봇물 터져"

입력 2021-03-16 11:27   수정 2021-03-16 11:33


맞벌이를 하며 생활비를 각자 부담하던 30대 여성 A씨는 평소 남편과 갈등이 잦았다. 그는 과거 직장을 다니지 못할 때 남편이 생활비를 주지 않아 빚을 져야 했다. 재취업에 성공해 간신히 빚을 갚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로 또다시 실직했다. 남편은 여전히 ‘나몰라라’다. A씨는 지난해 한국가정법률상담소를 찾아 이혼 방법을 상담했다.
코로나19, 부부 갈등 기폭제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는 부부 및 가족간 갈등을 증폭시키는 주 요인이 됐다.

16일 법률구조법인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면접상담 중 이혼 상담이 차지하는 비율은 29.0%를 기록했다. 2018년(22.4%), 2019년(25.3%) 보다 크게 올랐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측은 “성격 차이나 경제갈등 등 부부간 잠재돼 있던 문제들이 코로나19로 봇물 터지듯 터졌다”고 설명했다.

여성의 이혼상담 사유로는 폭력 등 남편의 부당대우가 48.3%로 가장 많았다. 2019년(31.9%)에 비해 2020년 16.4%포인트 급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 등으로 집에서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실업과 폐업 등 경제적 갈등의 씨앗이 증가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상담소 측은 “여성들은 코로나19로 우울감과 경제적 어려움 등 문제상황을 겪게 되면서 부부 간 갈등이 더 많아졌고, 다툼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다 보니 더 이상은 부부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고 호소한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남성의 경우 장기별거와 아내의 가출, 아내의 부당대우 등을 상담하는 비율이 높았다. 특히 상담에선 외도나 불성실한 결혼생활, 과도한 빚 등 배우자의 가출 이전에 다른 문제들이 먼저 갈등의 요인이 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줄어든 수입, 정부 지원 받으려 '이혼' 고민
A씨 사례처럼 경제적 문제를 호소하는 부부도 많았다. 코로나발(發) 실직과 폐업이 늘면서, 안그래도 위태로웠던 가정 경제가 더 흔들리게 됐다는 것이다.

남성들의 경우 궁핍한 경제 사정이 모두 자신의 책임인 양 아내가 폭언을 하거나 무시할 때 견디기 힘들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들은 단순노무 등의 일자리마저 없어져 생계에 위협을 받을 때, ‘무능력한 남편’에 대한 원망이 더 커졌다고 호소한다.

장기간 별거를 하며 ‘사실상 이혼’ 상태에 놓여 있던 부부들이 법적 이혼을 마음 먹는 일도 눈에 띄었다. 배우자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재난지원금이나 임대주택 등 일정한 지원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어서다. 이에 서둘러 혼인관계를 정리하려 상담소를 찾는 사례들이 있는 것으로 제시됐다.
실제 이혼 건수는 감소…법원 휴정·결혼 감소 탓
하지만 지난해 실제 이혼 건수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2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이혼 건수는 10만6512건으로 2019년 대비 3.9% 감소했다.

법조계에선 코로나19로 결혼 건수 자체가 감소한 데다, 지난해 법원이 자주 휴정한데 따른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잠잠해 지면 억눌려 있던 이혼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이나 영국 등 해외에선 ‘코비디보스(Covidivorce·코로나 이혼)’란 신조어가 생길 만큼, 코로나19로 인해 가정이 깨지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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