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글로벌 대체투자 운용사들의 '합종연횡'이 본격화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이 대체투자 자산의 지형도를 바꿔놓으면서 고성장 분야를 빠르게 흡수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행보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 자산운용업계 최대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초대형 자산운용사 누버거버만(Neuberger Berman)계열 운용사 다이얼캐피털(Dial Capital)이 추진하고 있는 대출투자 전문 운용사 오울록(Owl Rock)의 합병이다. 각각 200억 달러(약 22조 5000억원)이상의 운용자산을 보유한 두 회사가 알티마르(Altimar)라는 스팩(SPAC)을 통해 합쳐 블루오울 캐피털(Blue Owl Capital)이라는 이름의 상장 대체투자 운용사를 만드는 것이 이번 거래의 골자. 거래 규모는 총 120억 달러(13조 5000억)에 달한다.
두 운용사의 결합은 완전히 상이한 전략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주목 받는다. 다이얼캐피털은 우량 글로벌 사모펀드(PEF)회사의 소수지분을 인수하는 펀드로 잘 알려져 있다. HPS, 세베루스, 비스타에쿼티 등 글로벌 운용사들의 지분을 갖고 이들의 투자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다.
오울록은 2016년 블랙스톤, KKR등에서 독립한 베테랑들이 뭉쳐 만든 대출투자 전문 운용사다. 북미 비상장 중소·중견 기업에 대출을 해주고 이자 수익으로 높은 배당수익을 내는 BDC(사업개발회사)운용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다이얼캐피털은 이미 2019년 오울록 지분 20%를 5억 달러에 인수하며 전략적 파트너쉽 관계를 구축한 바 있다. 이번 합병은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간 것으로 모회사인 누버거버만의 크레딧 부문 강화로도 해석된다.
지난 2월엔 글로벌 인프라 투자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사건이 일어났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기반을 둔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 아레스(Ares)가 호주 자산운용사 AMP캐피털의 사모투자 부문 지분 60%를 10억 6000만 달러(1조 2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하면서다.
200조원에 육박하는 운용자산을 보유한 아레스는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부동산, 인프라와 사모펀드(PEF), 사모대출펀드(PDF)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종합 자산운용사다. 인프라 투자에 강점을 가진 AMP캐피털의 사모투자 부문을 뗀 합작 회사 설립을 통해 인프라 투자의 강자인 맥쿼리에 대항할 정도의 역량을 확보한다는 것이 아레스의 생각이다.
아레스는 작년 7월에도 홍콩의 크레딧, 스페셜시추에이션 전문 운용사 SSG캐피털을 인수, SSG캐피털홀딩스를 설립하며 아시아 크레딧 시장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기도 했다. 팬데믹 시기에 역량이 부족했던 분야를 과감한 투자로 채워나간 셈이다.
운용자산만 700조원이 넘는 영국의 종합 자산운용사 에버딘스탠더드인베스트먼트는 최근 계열 운용사 보나코드를 통해 북미 미들마켓(중소·중견기업) 크레딧 전문 운용사 먼로캐피털에 소수 지분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이 같은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행보는 팬데믹 이후 연기금 등 출자자들의 대체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지난해 글로벌 주식 시장은 반등에 성공했지만 미국의 국채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금리 상승이 가져오는 채권 가격 하락 우려까지 겹치면서 전통자산이 아닌 대체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산군별 지역별 투자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운용사들이 대형화에 나서고 있다"며 "운용사 간 규모의 경쟁이 벌어지면 업계 내 양극화도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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