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악재 터졌다"…폭스바겐 변심에 LG·SK '충격파'

입력 2021-03-16 14:42   수정 2021-03-1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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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관련주가 휘청이고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공급 받아온 폭스바겐이 배터리 형태 변경과 함께 내재화를 선언한 영향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주력인 '파우치형 배터리' 대신 중국 CATL 등이 주력으로 하는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삼겠다는 발표가 악재로 작용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같은 내재화 흐름이 장기적으로 한국의 신성장산업인 K배터리의 성장성을 훼손할 수 있는 악재라는 평가가 많다.
LG화학 장중 8% 급락
16일 LG화학은 7.76% 떨어진 89만1000원에 거래를 끝냈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로 주식시장이 휘청일 때를 제외하면 가장 큰 낙폭이다. 이날 SK이노베이션도 5.69% 떨어지면서 21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포스코케미칼, 엘앤에프, 천보 등 LG화학 밸류체인이 줄줄이 떨어졌다. 각형 중대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는 삼성SDI조차도 0.87% 떨어졌다. 2차전지 산업 전반에 악재가 출현한 모습이다.

전날 세계 2위 자동차 업체인 폭스바겐그룹이 2023년부터 '각형 배터리'를 도입한다고 밝힌 영향이다. 2030년까지 배터리 공장 6곳을 짓겠다고도 했다. 규모는 240기가와트(GWh)로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의 연간 생산능력(120GWh)의 두 배 규모다. 폭스바겐 그룹이 향후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중국 CATL이 주력으로 하는 각형에 집중하기로 했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장기적으론 K배터리 전반 악재
단기적으로는 각형 배터리를 주로 생산하는 삼성SDI가 상대적으로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한국의 배터리 관련주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동안 2차전지주가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을 부여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전기차 시장의 성장성이 2차전지 관련주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LG화학만 해도 1년 전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8배 수준이었지만 올 초 35배까지 높아졌다.

증설 시기를 고려한 수년 뒤의 밸류에이션까지 끌어오면서 지난해 주가 급등을 이뤄냈다. 현재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만 해도 고성장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스바겐의 발표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장기 실적 전망이 악화될 수 밖에 없게 됐다.

테슬라가 '배터리데이'를 통해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했을 때만 해도 증권업계에서는 걱정이 크지 않았다. "내재화는 10년뒤에나 고민할 문제"라는 반응이 많았다. 최소 10년 이상은 국내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성장의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폭스바겐의 배터리 형태 변경과 내재화 선언은 기존의 논리를 무너뜨렸다. 내재화까지 걸리는 시간동안 중국 기업이 수혜를 입게 된다는 얘기기 때문이다. 갈팡질팡하던 자동차 업체의 내재화 움직임도 대세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각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가 가속화하면 국내 배터리 산업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클 수 밖에 없다"며 "다만 유럽에 진출한 국내 소재 업체들은 새로운 수요처를 확보해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 내 생산 설비를 구축한 국내 소재 업체는 솔루스첨단소재(동박), 동화일렉(전해액), 솔브레인(전해액) 등이다. 이날 2차전지주가 전체 부진한 가운데서 솔루스첨단소재가 장중 10% 가까이 오른 이유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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