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한 가운데 북한이 당분간 미국의 외교적 노력에 퇴짜를 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미국 CNN 방송이 보도했다.
16일(현지시간) CNN은 김 부부장이 노동신문 등에 발표한 담화와 관련해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대미 메시지라고 평가하며 이같이 분석했다.
CNN은 미국이 북한과 여러 채널로 접촉을 시도했지만, 답을 받지 못한 사실이 백악관을 통해 공식 확인된 점을 짚으며 전문가들은 이미 김 부부장의 메시지가 나오기 전부터 "북한이 당분간 미국의 외교적 노력에 퇴짜를 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또 바이든 행정부가 아직 대북정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북한은 이번 주 한·미, 미·일 외교·국방장관 회담과 알래스카 미·중회담을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는게 CNN측의 전언이다.
앞서 이날 김 부부장은 한미연합훈련 시행을 두고 "위기의 3월"을 택했다며 "(남북관계에) 3년 전의 따뜻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이날 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개인 담화를 내고 "남조선 당국이 8일부터 우리 공화국을 겨냥한 침략적인 전쟁연습을 강행하는 길에 들어섰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감히 엄중한 도전장을 간도 크게 내민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연습의 성격이 연례적이고 방어적이며 실기동이 없이 규모와 내용을 대폭 축소한 컴퓨터 모의방식의 지휘소 훈련이라고 광고해대면서 우리의 유연한 판단과 이해를 바라고 있는 것 같은데 참으로 유치하고 철면피하며 어리석은 수작이 아닐 수 없다"며 "우리는 지금까지 합동군사연습 자체를 반대했지 연습의 규모나 형식에 대해 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덧붙였다.
김 부부장은 "연습 중단을 약속하고도 우리의 눈을 피해가며 2018년에는 110여차, 2019년에는 90여차, 2020년에는 170여차의 크고 작은 전쟁연습을 도적고양이처럼 벌려놓은 데 대해서도 때가 되면 낱낱이 계산하려고 했다"며 "그럼에도 남조선 당국은 또다시 온 민족이 지켜보는 앞에서 따뜻한 3월이 아니라 전쟁의 3월, 위기의 3월을 선택했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병적으로 체질화된 남조선 당국의 동족 대결의식과 적대행위가 이제는 치료 불능 상태에 도달했으며 이런 상대와 마주 앉아 왈가왈부할 것이 없다"며 "남조선 당국은 스스로 자신들도 바라지 않는 붉은선(레드라인)을 넘어서는 얼빠진 선택을 했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호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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