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만기 40년짜리 초장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이르면 오는 7월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현행 주택담보대출의 만기는 주택금융공사에서 빌리면 최장 30년, 은행에서 빌리면 최장 35년이다. 새로 나올 상품은 만기가 길어진 만큼 매달 갚는 원금과 이자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물론 만기가 길어지기 때문에 이자는 많아진다.
기존 주택담보대출보다 오랫동안 갚는 것이 소비자에게는 유리할까 불리할까. 여기에 대한 답은 개인별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당장 소득이 많지 않다면 월 상환액을 줄이고 오랫동안 갚아나가는 것이 내 집 마련 부담을 더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안정적으로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면 만기를 짧게 잡아 총이자액을 줄이는 것을 선호할 수도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특성상 장기로 대출해도 중간에 이사를 가거나 낮은 금리로 갈아타는 등 실제로는 만기 전에 상환하는 이용자가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보금자리론으로 3억원을 연 2.5% 금리로 빌려 원리금균등 분할상환 방식으로 갚는다고 하자. 만기가 30년일 때 월 상환액은 118만5363원이지만 만기가 40년일 때는 다달이 98만9335원을 갚으면 된다. 만기가 길어지는 만큼 전체 기간에 걸쳐 부담하는 총이자액은 늘어난다. 30년 만기일 때 발생하는 이자는 1억2673만원, 40년 만기는 1억7488만원이다. 월 상환액은 16.5% 감소하고, 총이자액은 37.9% 증가한다.
따라서 시세 9억원을 넘는 ‘고가주택’을 구입하거나 소득이 ‘억대 연봉자’에 해당한다면 40년 모기지는 이용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정책 모기지 요건에 해당하면서 청년이나 신혼부부라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을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국내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정치권과 업계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미국과 일본에선 50년 동안 나눠 갚는 모기지 상품도 운영하고 있다. 관건은 자금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느냐다. 주택금융공사는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 재원을 마련하는데 지금까지는 만기가 주로 20년까지였다. 30년물은 지난해 말부터 조금씩 발행을 시도하는 단계다. 금융위는 “30년물 MBS가 발행될 때마다 2~8배의 응찰률을 보이고 있어 자금 조달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분할상환 전세대출’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주택금융공사 외에 SGI서울보증에서도 분할상환 전세보증을 공급하고, 시중은행의 스마트폰 앱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분할상환 전세대출은 전세 기간 동안 이자만 갚는 기존 대출과 달리 원금을 일부 갚으면 만기 상환 시 비과세와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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