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3년내 M&A 못할 수도"…소액주주 송곳 질문에 솔직 답변

입력 2021-03-17 17:46   수정 2021-03-26 18:05


“인수합병(M&A) 대상을 신중하게 탐색하고 있지만 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사진)이 17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2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꺼낸 얘기다. “3년 내 유의미한 M&A를 발표했는데 구체적인 계획을 알려달라”는 개인 주주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으로 의사결정 시스템이 마비된 상황에서 ‘3년 내 M&A’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어렵다는 얘기였다.

이날 김 부회장과 김현석 CE부문장(사장), 고동진 IM부문장(사장) 등 대표이사 세 사람은 삼성전자가 직면한 상황을 가감 없이 전달했다. 한 참석자는 “주주들에게 삼성전자가 봉착한 리스크와 문제점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고성 없이 질문 공세만 3시간
이날 주총은 안건 처리에 앞서 사업부별 영업보고 및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온라인을 통해 사전 취합한 질문과 현장에서 주주들이 하는 질문을 함께 처리했다.

답변은 상세하고 가감 없었다. 똑똑해진 ‘동학개미’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서였다. 한 주주는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한 스마트폰 생산 차질을 물었다. 고 사장은 “정보기술(IT)업계에서 반도체 또는 관련 부품 공급과 수요의 언밸런스(불균형)가 매우 심각하다”며 “2분기부터 생산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매일 아침 부품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임직원이 달려들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폴드 시리즈와 병합한다는 풍문이 있다”는 질문에도 “올 하반기에는 노트 출시가 어려울 수 있지만 노트 시리즈는 지속될 것”이라는 솔직한 답이 나왔다.

TSMC, LG전자 등 경쟁사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질문도 많았다. “경쟁사처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내놓을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 김현석 사장은 “마이크로LED를 적극 개발하고 있다”며 “아직은 고가지만 이른 시일 내에 많은 소비자가 찾을 수 있는 가격으로 선보일 테니 기다려달라”고 했다.
주주 간 설전 벌이기도
이 부회장의 취업 제한을 두고는 주주 간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자신을 한 시민단체 소속이라고 밝힌 주주가 “이 부회장이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는데도 삼성의 부회장 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취업 제한을 위반한 것”이라며 “이사회는 지금이라도 해임을 의결하라”고 주장하면서 논쟁이 시작됐다.

다른 주주가 손을 들고 “지난해 (코로나19 피해 지원 등) 좋은 일 해주고 왜 감옥에 가느냐. 기가 막히다”고 토로하자 다른 주주들이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또 다른 주주는 “1심, 2심에서 유죄가 확정된 사람들도 도지사를 하고 국회의원도 하는데 개인 회사에서 부회장직을 놓을 이유가 없다”고 옹호했다.

일부는 외부 감시기구인 준법감시위원회가 이 부회장의 거취에 대해 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한 주주는 “준법위는 외부 기구에 불과할 뿐 법적인 최고 감시기구는 감사위원회”라며 “준법위가 월권해 취업 제한을 결정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주총 참석 인원 두 배로
이날 주총장에는 지난해 참석 인원(400여 명)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주주 900여 명이 자리했다. 지난해 동학개미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이면서 소액주주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 주주는 215만4081명이다. 전년보다 주주의 수가 네 배 이상 늘었다. 표결에도 예년보다 많은 주주가 참여했다. 주총에 참석한 주주들이 보유한 의결권 있는 주식은 47억5800만 주로 전체 의결권 있는 주식(53억7219만 주)의 88%에 달했다.

지난해까지 OMR 카드에 수기로 표결을 진행했지만 올해는 전자표결단말기를 통해 모든 안건에 대해 표결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의례적인 ‘박수표결’이 사라지고 전자투표가 안착하는 등 주총 문화가 선진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외이사 선임안 등 논란이 된 안건들도 무사히 주총의 문턱을 넘었다. “견제와 감시 역할을 못했다”며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사외이사 연임과 감사위원 선임을 반대했지만 찬성률은 80%를 넘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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