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한국 오자마자 "中은 민주주의·인권 유린" 작심발언

입력 2021-03-17 21:22   수정 2021-03-17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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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17일 방한해 한·미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작심한듯 중국을 향해 “민주주의와 인권을 유린한다”며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첫 해외 순방지로 한·일을 선택한 것이 대중(對中) 견제 차원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던 때 나온 발언이다. 한국을 향해 반중(反中) 전선에 동참하라는 압박이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한·미 외교장관회담 모두발언에서 “중국은 강압과 폭력성을 이용해 홍콩의 경제를 체계적으로 침식시키고, 대만의 민주주의를 약화시키고, 신장 위구르와 티베트의 인권을 남용하고 있다”며 중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양자 외교장관 회담에서 제3국을 향해 이같은 강도 높은 비판이 나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블링컨 장관은 민주주의와 반(反)민주주의 진영의 구분을 명확히 했다. 그는 “우리(한·미)는 우리가 믿는 민주주의라는 공동의 가치를 함께 지지한다”면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맞서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이 지역(아시아)을 포함해 전세계에서 위험한 민주주의의 침해를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미얀마와 중국을 꼽았다.

회담 시작부터 중국을 겨냥한 강도 높은 발언이 쏟아지며 미국이 한·미 간 일치된 대중(對中) 견제 메시지를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미·일은 지난 16일 2+2 회담 직후 “중국이 국제 질서를 훼손하고 있다”며 중국이 ‘주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홍콩·신장위구르 인권 상황을 비롯해 대만해협 문제, 동·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불법 행위 등이 모두 포함된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한·미·일 3국 간 협력은 우리가 공유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평화, 번영에 매우 중요하다”며 한·미·일 삼각 공조를 재차 강조했다. 일본과 일치된 대중 견제 목소리를 낸 미국이 한국에도 똑같은 요구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을 향해서도 강도높은 발언을 이어갔다. 블링컨 장관은 “북한의 권위주의 정권은 자국민을 향해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학대를 자행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들을 억압하는 사람들에 맞서 근본적인 권리와 자유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은 지역과 세계에 위협을 끼친다”며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한·일을 포함한 동맹과 계속해서 같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을 한·미 동맹을 향한 위협으로 규정하는 동시에 한·미·일 삼각 공조를 북핵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주체로 꼽은 것이다. 앞서 글렌 밴허크 미국 북부사령관은 16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김정은 정권은 핵을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다는 능력 입증에 걱정스러운 성공을 했다”며 북한이 조만간 ICBM 시험 발사를 재개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편 블링컨 장관은 미국 애틀랜타에서 16일(현지시간)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한국계 미국인 4명이 사망한 것을 언급하며 “오늘 사건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가족과 친구를 비롯해 모든 한인 사회에 나의 가장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폭력은 미국이나 그 어느 곳에도 설 자리가 없다”며 “우리는 미국인과 한국계 미국인들이 안전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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