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에너지기구(IEA)가 시장 일각에서 제기된 '원유 수퍼사이클'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다. 단기 가격 상승이 나와도 중장기적으로 가격이 오르긴 힘들다는 분석이다.ㅍ휘발유 수요는 이미 2019년 정점을 찍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영영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IEA “원유 '수퍼사이클' 안 온다”
IEA는 17일(현지시간) 월간 원유시장 보고서에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가까이 급상승하면서 시장 일각에서 새 '수퍼사이클'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IEA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IEA는 “석유재고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긴 하지만, 역사적 수준에 비해선 여전히 많은 수준”이라며 “OPEC+의 감산조치가 이어지고 있다보니 원유시장에서 현재 미가동중인 원유 생산 여력도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IEA는 “향후 한동안 원유 수요가 증가하고, OPEC+의 감산이 이어질 경우 올 하반기 원유재고가 빠르게 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현재로선 세계 석유 수요가 늘어나도 공급 여력이 이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세계 휘발유 수요, 내리막길만 남았다”
IEA는 이날 “세계 휘발유 수요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영영 회복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원유시장 향후 5년간 전망을 담은 '원유 2021 5년전망' 보고서에서다. IEA는 “세계 각국이 저탄소기조로 돌아섰고,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의 근무·이동 패턴이 바뀌었다”며 “이같은 현상이 이어질 전망이라 휘발유 수요가 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원격·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이동용 연료 수요가 확 줄었다는 설명이다.
IEA는 이어 “향후 수년간 개발도상국에서 휘발유 사용이 늘더라도 이에 따른 수요 증가분이 상쇄될 것”이라며 “부유한 선진국에선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IEA는 “휘발유 소비량이 내년까지 코로나19 이전 수준과 격차를 줄이며 회복세를 이어가겠지만, 이후 몇년간은 수요가 침체될 것”이라고 보고서에 썼다.
IEA는 전반적인 석유 수요는 아직 정점이 오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2025년 석유 수요 전망은 일평균 약 1억400만배럴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년 보고서에 비해 250만배럴 내려잡은 수치다. IEA는 “석유수요는 2023년까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美 원유재고는 240만배럴 증가…유가 하락
이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원유재고가 약 240만 배럴 늘었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140만 배럴 증가)를 웃도는 상승세다. 휘발유와 정제유는 시장 예상과 달리 재고가 늘었다. 휘발유 재고는 약 47만배럴 늘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전문가 의견 집계로는 250만배럴 재고가 줄어들 것이라는게 중론이었다. 시장에서 160만배럴 재고감소를 예상했던 정제유는 오히려 약 26만배럴 늘었다.
IEA와 EIA 발표가 이어지면서 유가는 소폭 하락세를 냈다. 18일 오전 10시5분 기준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4월물은 배럴당 64.49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 5월물은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배럴당 67.88달러에 팔렸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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