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8일 ‘한명숙 사건’ 관련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겸허히 수용한다”고 밝혔다. 다만 박 장관이 지시한 대검 부장회의를 통한 사건 재심의에 공정성이 우려되는 만큼, 일선 고검장들을 회의에 참여시키겠다고 했다.
조 차장은 이날 “대검은 이번 사건 처리과정에서 합리적 의사결정 지침에 따라 공정성을 담보하고,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도 “미흡하다는 장관님의 수사지휘서 지적을 겸허히 수용해 대검 부장회의를 신속히 개최해 재심의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과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 등 조사 및 기록검토 관계자들로부터 사안 설명과 의견을 청취하고 충분한 토론을 거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한명숙 사건’이란 2011년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 수수 혐의 수사팀이 재소자들에게 한 전 총리에게 불리한 내용의 법정 위증을 강요했다는 의혹이다. 하지만 대검은 지난 5일 위증 당사자로 재목된 김모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박 장관은 사건 처리 과정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전날 ‘재심의’를 요청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는 과정에서 한동수 부장과 임은정 연구관 등이 ‘패싱’ 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검 부장회의를 거쳐 재심의를 하라며 방법까지 '콕' 집어 지시했다.
박 장관의 수사지휘 이후 검찰 내부에선 반발이 이어졌다. 한 현직 검사는 “지금 대검 부장들 대다수가 ‘윤석열 징계’에 앞장선 인물들로 사건처리의 공정성이 의심되는 대표적 사람들”이라며 “사건의 공정성을 이유로 수사지휘권을 행사했으면서 부장회의에 기소 여부 판단을 맡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조 차장이 이날 ‘고검장들 투입’ 카드를 꺼내든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라는 분석이다. 조 차장은 “대검에 근무하는 모든 부장검사들만의 회의로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부족하다는 검찰 내·외부의 우려가 있고, 사안과 법리가 복잡하고 기록이 방대하다”며 “사건 처리 경험과 식견이 풍부하고, 검찰내 집단 지성을 대표하는 일선 고검장들을 대검 부장회의에 참여하도록 해 공정성을 제고하고 심의의 완숙도를 높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검 부장들이 친여(與) 성향이라면, 고검장들은 앞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편을 드는 등 대검 부장들과 반대 성향”이라며 “박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하는 동시에, 주도권을 대검 부장들에게 넘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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