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팍팍한데…대한민국 '남자'의 초혼은 빨라졌다

입력 2021-03-18 12:00   수정 2021-03-18 13:45

지난해 혼인 건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고용·부동산시장 불안정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혼 건수가 3년 만에 감소한 것도 코로나19로 인한 법원 휴정권고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혼인 건수 9년 연속 감소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혼인·이혼통계에 따르면 작년 혼인 건수는 21만4000건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10.7%(2만6000건) 줄었다. 1970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은 숫자다. 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를 의미하는 조혼인율은 전년 대비 0.5건 줄어든 4.2건이었다. 조혼인율 역시 1970년 이후 최저치다.

혼인 건수는 2012년부터 9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통계청 인구동향과 관계자는 "결혼 주 연령층인 30대 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있고 결혼에 대한 가치관도 변화하고 있다"며 "주거비나 고용 등 결혼 관련 경제적 여건도 결혼을 미루거나 안 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세난 등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한 게 혼인 감소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결혼이 연기되거나 취소된 사례 역시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입국이 급감하면서 국제결혼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외국인과의 혼인은 1만5000건으로 전년 대비 35.1% 급감했다.
평균 초혼 연령 男 33.2세, 女 30.2세
남자의 평균 초혼연령은 앞당겨지고 여자는 늦어졌다. 지난해 남자 평균 초혼연령은 33.2세로 전년보다 0.1세 하락했다. 여자는 전년 대비 0.2세 상승한 30.8세였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남자는 1.4세, 여자는 1.9세 각각 상승했다.

남성의 평균 초혼연령이 하락한 건 199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통계청 인구동향과 관계자는 "지난해 30대 후반~40대 남자의 결혼이 상대적으로 30대 전반까지의 혼인보다 더 많이 감소했다"며 "코로나19로 국제결혼이 감소하면서 10세 이상 남자가 연상인 결혼이 크게 감소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남녀 간의 평균 초혼연령 차이는 2.5세로 전년에 비해 0.3세 하락했다.

평균 재혼연령은 남자 50.0세, 여자 45.7세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각각 0.4세, 0.6세 상승했다.

초혼 부부 중 남자가 연상인 부부가 65.3%로 가장 많았다. 여자가 연상인 부부는 18.5%, 동갑 부부는 16.2%를 차지했다. 남자 연상 부부 비중은 전년보다 1.5%포인트 줄고 여자 연상 부부 비중은 전년보다 0.9%포인트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이혼마저 차질 빚어
작년 이혼 건수는 10만 7000건으로 전년 대비 3.9% 감소했다. 이혼 건수가 줄어든 건 2017년 이후 3년 만이다. 2015년(5.5%)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통계청 인구동향과 관계자는 "혼인 자체가 2012년부터 9년 연속 감소한 게 이혼 감소의 원인 중 하나"라며 "코로나19로 인해 법원 휴정권고 등이 이뤄지면서 이혼 신청이나 처리절차가 길어진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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