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으면 벼락거지 된다"…장외주식 사들이는 20대

입력 2021-03-18 15:53   수정 2021-03-18 16:23


대학생 A씨(23)는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 청약에서 1주만 배정받았다. 하지만 청약물량 외에도 10주를 더 가지고 있다. 연초 장외시장에서 주당 19만원에 10주를 매수했기 때문이다. 그가 SK바이오사이언스를 ‘웃돈’에 구입한 것은 카카오게임즈의 기억 때문이다.

작년 8월 그는 카카오게임즈가 장외에서 주당 6만5000원(20주)를 사들였다. 상장을 2주 앞둔 시점었다. 당시 주변에서는 공모가(2만4000원)와 차이가 커 손해를 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카카오게임즈가 ‘따상상(이틀연속 상한가)’을 기록하며 30%의 수익을 거뒀다.

장외시장에서 20대 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공모시장 초호황으로 투자자들이 전체적으로 늘었지만 20대의 증가폭은 다른 연령의 두배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왜 장외까지 나서게 됐을까. 대학생과 사회초년생들이 비상장에 투자하는 이유를 알아봤다.
◆20대비중 16배 증가
18일 장외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지난달말 20대 월간활성이용자(MAU)는 2만9608명을 기록했다. 1년전(1896명)과 비교해 15.6배 증가했다. 이는 전체 이용자 증가율을 크게 웃돈다. 전체 이용자는1만5000명에서 13만4000명으로 8.9배 늘었다.

비중도 두배로 늘었다. 1년전 12.6%였던 20대 투자자가 2월말 22.1%로 확대됐다. 다른 연령대는 이용자는 늘었지만 비중은 줄었다. 장외주식 열풍을 20대가 이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30대는 25.3%에서 23.9%, 40대는 31%에서 28%로 줄었다. 50대도 비중이 감소했다.

20대 투자자가 유독 늘어난 이유는 투자성향과 관련이 깊다. 20대는 비트코인 랠리를 처음 주도했다. 작년에는 게임, 미디어 등 성장주를 발굴했다. 어느 세대보다 정보에 빠르는 얘기다. 이들은 지금 ‘프리 IPO’를 안전하고 확실한 재테크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
◆카뱅·크래프톤 ‘관심’
실제로 상장을 앞둔 주식을 사들일 경우 대부분 수익을 봤다. SK바이오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가 그랬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상장 첫날인 이날 ‘따상(160%)’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20대의 투자 종목도 상장을 앞둔 기업에 몰려 있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20대의 최근 관심종목은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야놀자 등이다. 세 업체 모두 기업공개(IPO)를 계획하고 있다.

모바일 거래 플랫폼의 등장도 20대의 투자를 돕고 있다. 과거에 장외주식을 구입하려면 전화나 대면만남 등을 통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앱 하나로 ‘안전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 모바일에 익숙한 20대 입장에서 장외 주식에 마다할이유가 없어졌다.

20대에게 친숙한 기업들이 주목받은 점도 원인이다. 최근 20대 관심종목 목록에 오른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야놀자는 20대가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다. 플랫폼을 바탕으로 정보가 공유되면서 장외주식에 대한 ‘거부감’도 줄었다. 이들 거래소에는 모두 토론 게시판이 있다.
◆“집사려면 위험 감수해야”
단순한 주식광풍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격이 일제히 급등하면서 기대수익이 높은 비상장 주식으로 20대가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20대 직장인뿐 아니라 대학생 사이에서도 “가만히 있으면 ‘벼락거지’가 된다”는 말이 유행이다.

직장 3년차 B씨는 최근 자율주행 스타트업에 2000만원을 투자했다. 만약 날릴 경우 6개월을 직장에서 ‘봉사’한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김씨는 “근로소득이 의미 없어지고 자본소득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며 “직장에서 성공하는 것보다 재테크 잘하는게 목표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20대의 이런 투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장외주식의 고위험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장외주식은 상장을 앞두고 기업가치가 고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기업의 경우 상장 직후 주가가 급락할 위험이 있다.

상장에 실패할 경우 매도 자체가 안될 수도 있다. 거래량이 적어 원하는 시점에 주식을 처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공시의 의무가 없어 내부 상황을 파악하기도 어렵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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