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국민의힘의 단일화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전날에도 안철수 후보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측이 제안한 단일화 룰에 전격적으로 동의한 바 있다. 여론조사기관을 두 개 선정해 한 기관은 적합도로, 다른 기관은 경쟁력으로 설문한 뒤 둘을 합산하자는 제안이었다.
이어 안철수 후보는 이때 유선전화 여론조사가 10% 내외 포함돼야 한다는 국민의힘 주장까지 이날 받아들인 셈이 됐다.
안철수 후보 혼자 두 번이나 단일화 룰을 양보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전직 당직자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와서 10% 유선 비율을 높이자고? 아무리 정치판이 안면몰수하고 덤벼드는 난장판이라지만, 정말이지 이건 양심도 없는 태세 전환"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자체 경선 과정에서 무선전화면접 100%로 여론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통상적으로 유선전화면접에는 고령층이 많이 포함된다. 국민의힘은 50대와 60대 이상이 전통 지지층인 만큼 유선전화면접을 반영하면 유리해진다.
이 당직자는 "차라리 당내 경선 단계부터 당원과 지지층의 뜻을 외면할 수 없다는 원칙에 충실했다면 오히려 룰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제 보니 안철수 후보한테 홀라당 서울시장직만 갖다 바치고 정작 얻을 게 없어 보여서 불안한 건가? 이게 바로 오늘날 대한민국 제1야당의 수준"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날 안철수 후보는 "제게 불리하고 불합리하더라도 단일화를 조속히 이룰 수 있다면 감수하겠다"면서 "이번 주말 조사에 착수하면 월요일에 (단일후보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단일화를 조속히 마무리 지어 28일 (투표)용지 인쇄 전날이 아닌, 25일 공식선거일부터 단일후보가 나서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제 누가 유리하니 불리하니 그런 이야기 하지 말자"며 "야권 단일후보가 누가 되든 그 후보가 이기면 야권 모두가 이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와 오세훈 후보의 후보등록 전 단일화는 무산됐지만, 이날 안 후보의 선언으로 '2차 마지노선'으로 여겨진 선거운동 개시(25일) 전 단일화는 급진전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오세훈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말 만 다 수용이지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안 후보 측을 비판했다.
오세훈 후보는 "안 대표가 모든 조건을 수용한다고 하더니 이태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의 말을 들으니 그렇지 않더라"며 "우리 안을 다 받아들인다고 했는데, 어떤 안을 받아들이는지 오히려 불투명해졌다. 우리는 안 후보 측이 협상 재개를 요청한 것이고, 새로운 내용은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오 후보는 그러면서 "안 대표 의견이 다르고, 이 사무총장의 의견이 다른 일로 국민들에게 결과적으로 이런 혼란을 야기하게 된 것에 후보의 한 사람으로 죄송하다"며 "법정 선거일 이전에 단일화를 이뤄서 단일화 열망에 부응하겠다"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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