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의 수뇌부가 오는 25일과 26일 각각 개최되는 하나은행과 하나금융지주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크게 개편된다. 김정태 지주 회장이 새로운 임기를 시작하는 가운데 박성호 부행장이 새로 하나은행장에 선임되고, 지성규 행장은 신설될 것으로 알려진 하나금융지주 디지털담당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그룹 ‘3인 부회장 체제’의 한 축을 맡게 될 전망이다.
하나금융 새 경영진의 최대 과제는 사모펀드 사태 이후 자산관리(WM)부문의 역량을 정상화하고 디지털 금융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김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1년 뒤 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 주요 경영진이 경쟁하는 구도가 펼쳐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회장은 비대면 금융을 둘러싼 대형 정보기술(IT) 업체들과 핀테크 기업의 공세가 거세고, 기존 금융회사 간 경쟁도 매우 치열해졌다고 판단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하나금융 부회장은 ‘함영주(경영관리)·이은형(글로벌)·지성규(디지털)’ 3인 체제로 개편될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2017년 인천 청라에 금융권 최초의 통합데이터센터를 만들었다. 은행 증권 카드 등 모든 계열사의 IT 인력 1700여 명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디지털과 글로벌부문 인력을 추가로 청라에 근무시킬 계획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담당 부회장은 청라와 서울을 오가며 그룹 차원의 통합 디지털 전략을 챙기고, 계열사 간 협업을 이끄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올초에는 10여 개 영업점을 하나로 묶은 하나은행 특유의 거점 제도인 ‘콜라보’를 강화하는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전문성이 높은 프라이빗뱅커(PB)들을 일종의 멘토인 ‘콜라보 PB’로 삼아 PB의 역량을 상향 평준화하려는 시도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박 부행장은 영업 현장에서 손님에게 더 깊게 파고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선 PB 개인의 경험을 공유해야 한다는 주문을 줄곧 해왔다”고 설명했다. 26일 하나금융지주 주총에선 김 회장의 1년 ‘추가 임기’도 확정된다. 이례적으로 1년 임기를 받은 만큼 하나금융 차기 회장에 대한 금융권의 관심이 상당한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전히 함 부회장이 그룹의 2인자로 평가받는 가운데 나머지 고위 경영진이 1년간 어떤 성과를 보여줄지가 차기 구도의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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