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장외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의 20대 활성 이용자가 1년 새 16배 늘어났다는 보도(한경 3월 19일자 A3면)는 새로 확인된 사례다. 해외 주식을 넘어 투자자 보호장치가 불충분한 고위험 시장으로도 몰리는 것이다. 물론 장외시장에도 성장 가능성이 큰 우량기업이 있다. 하지만 벤처업계에서도 과열 경고를 보내는 상황이다. 변동성이 심한 암호화폐나 투기성이 강한 지수 파생상품도 대동소이하다.
IT(정보기술)·모바일 문화가 생활화된 2030세대가 다양한 투자처를 찾는 것을 이상하게 볼 필요는 없다. 장기 저성장 국면에서 각국이 경쟁적으로 돈을 풀면서 자산가격이 급등했고, 전통적 투자처를 뒤흔들어 버린 측면도 있다. 예·적금만 바라보며 생업에 몰두하기 힘들어진 것 또한 부인 못 할 현실이다.
문제는 한국적 특수성이다. 누가 뭐래도 ‘영끌’ ‘빚투’를 촉발시킨 1차 요인은 급등한 집값이다. 잇따른 헛발 부동산대책이 그렇게 만든 셈이다. 여권 곳곳에서 드러나는 ‘반칙 투기’는 여기에 기름을 끼얹었다. “월급만 모아서는 집 마련이 어렵다”는 정도가 아니라, 어느 날 ‘벼락거지’가 돼 있을 것이라는 자조(自嘲)와 한탄, 두려움이 젊은 세대에 폭넓게 퍼질 만한 구조다.
잘못된 정치, 오도된 정책의 후과가 이토록 무섭다. 저금리를 탓하거나 MZ세대의 특징 정도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당장 정부는 그간의 일자리 정책과 고용통계의 실상부터 다시 돌아보라. ‘공정과 정의’ 같은 거창한 정치구호가 냉소거리로 전락한 과정은 더 이상 언급할 가치도 없다. 여권 실세그룹을 비롯한 ‘586세대’에 대한 20~40대의 불만과 비판을 보면 ‘세대 전쟁’의 조짐마저 엿보인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미래세대의 부담을 키우지 못해 안달이다. 젊은이가 희망을 잃고 투기성 한판 투자에나 내몰리는 나라에 미래가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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